자신의 연금자산을 적극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에 운용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최근 1년 동안 40%에 가까운 연금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평균 수익률이 2%대에 불과한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자산배분이 중요하다는 점이 실증됐다는 평가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퇴직연금 고수익 가입자들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8.8%,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1%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자 평균(1년 4.2%, 3년 4.6%)의 3.5~9.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수익 가입자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펀드, 채권과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79.5%로 매우 높았다(원리금보장형 20.5%). DC형 전체 가입자의 투자 비중이 원리금보장형 72.7%, 실적배당형 27.3%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배당형 상품이 고수익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좌우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 퇴직연금 고수익 가입자들이 투자한 실적배당형 상품 절대 다수는 집합투자증권(펀드)였다. 회사채를 비롯한 기타 상품 비중은 0.2%로 미미했다. 이들이 보유한 펀드는 주식형 70.1%, 혼합채권형 9.0%, 재간접형 7.7%, 파생상품형 6.8%, 채권형 3.9%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주식형 펀드를 주력으로 투자하면서 혼합채권형 펀드 비중이 두 번째로 높다. 이는 퇴직급여법령상 위험자산 투자한도(70%)를 준수하면서 주식 투자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국내 펀드(61.6%)에 대한 투자금액이 해외 펀드 (31.8%)보다 2배 가량 많았다. 국내 펀드 중에서는 조선, 방산, 원자력 등 테마형 상품이 많았다. 관련 종목들이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에서 기대되는 업종으로 전망됨에 따라 적립금 운용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펀드 형태별로 보면 상장지수펀드(ETF)가 75.1%, 공모펀드가 24.9%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결국 고수익 가입자들의 높은 수익률은 실적배당상품을 적극 활용한 결과였다. 이들은 특히 지수형 펀드가 아닌 테마형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지녔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거나 생업이 바빠 고수익 가입자들처럼 연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사전에 지정하기만 하면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이나 가입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TDF 수익률(7.1%)은 원리금보장형 수익률(3.4%)의 2배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번 백서에서 은행·증권·보험 등 권역별 DC형 가입자들 중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면서 적립금 잔고가 1000만 원 이상인 가입자를 선별한 뒤 5개 연령대(30대 미만,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별로 총 1500명의 ‘퇴직연금 고수’ 계좌를 분석했다.
앞서 본지는 미국·호주·일본·영국 등 연금 선진국들을 직접 방문해 이들 국가의 퇴직연금 정책을 주제로 한 '퇴직연금 프런티어' 기획 시리즈를 연속 보도했다(11월 12일자 1·4면, 18일자 1·4면, 21일자 1·8면, 26일자 1·5면). 본지가 만난 각국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을 키우는 방향의 연금자산 배분’을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이 퇴직연금 401k 내 주식형·자산배분형 펀드 비중(86%)을 10년 전(7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이고, 일본 DC형 적립금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정부의 지속적인 대국민 금융 교육에 힘입어 60%대를 돌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ETF 등의 형태로 장기간 분산 투자한다면 결국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아는 가입자가 많은 사회일수록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의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원리금보장상품에만 투자되고 있는 소중한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금보다 능동적으로 적립금을 운영하되, 금융 전문가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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