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그룹이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내년 상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부진한 실적으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은 적격 기업공개(Q-IPO) 조건 충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내년 상반기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에코프로 측은 FI들과 상장 의무 면제(웨이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2023년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으로부터 상장 전 자금 유치(프리 IPO) 목적으로 4000억 원을 조달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1000억 원, IMM인베스트먼트가 900억 원을 투자했고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NH PE-우리PE자산운용 등이 동참했다.
상장 연기 이유는 투자 유치 이후 회사 실적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2023년 별도 기준 매출은 4394억 원, 영업이익은 500억 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270억 원, 영업손실 154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손실 폭이 매출을 초과하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졌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Q-IPO 영향으로 상장할 때 2023년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수준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 유치 전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2조 원 중반대로 추산됐는데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는 약 3조 원이다. 현재 실적으로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2차전지 시장 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서다. 당초 에코프로 측은 1차적으로 내년까지 상장을 FI 측과 약속한 상황이었다.
에코프로그룹은 무리해서 상장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데다 무리해서 상장을 시도했다 불발될 경우 향후 기업가치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I 진영에서도 내년 상장 포기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웨이버 절차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투자계약상 추가적인 IPO 시한이 남아 있어 FI의 엑시트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이번 상장 연기는 2차전지 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배터리 수요가 둔화되면서 업계 실적이 악화됐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그룹이 구축한 2차전지 수직 계열의 일부로 2차전지에 쓰이는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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