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심으로 굳어졌던 인공지능(AI) 투자 지형이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협력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새로운 상승 축으로 부상하는 반면 엔비디아와 오픈AI 연합으로 묶이는 종목군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AI 선별 장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17달러(1.62%) 오른 323.64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6% 급등에 이어 이틀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간밤 2.59% 떨어지며 나스닥 지수 상승률(0.67%)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AI 투자 흐름이 이른바 ‘오픈AI 연합’에서 알파벳·브로드컴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픈AI 연합은 챗GPT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온 오픈AI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엔비디아는 AI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통해 핵심 인프라를 담당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 기반 클라우드, 오라클은 서버·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해왔다. 지난해와 올해 AI 열풍 속 글로벌 자금은 이 그룹에 몰리며 관련 종목이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AI 구도는 급격히 흔들렸다. S&P500 지수가 1% 하락하는 동안 알파벳 주가는 20% 가까이 뛰었다. 반대로 엔비디아와 전략적으로 맞물린 종목군은 조정을 받았다. 오라클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0% 넘게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약 10% 떨어졌다.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온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주가도 같은 기간 35% 이상 폭락했다. 오픈AI의 높은 GPU 기반 운영비 대비 수익화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투자 판도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구글의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3.0’ 발표다. 제미나이 3.0은 멀티모달 처리와 추론 능력을 대폭 강화했을 뿐 아니라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고 구글 자체 반도체 생태계에서 구동 가능한 점이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알파벳이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 중인 AI 전용 반도체 TPU는 대규모 AI 학습·추론 작업에서 GPU 대비 전력 효율과 처리 속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범용성은 낮지만, 상용화된 AI 서비스처럼 트래픽과 API 호출량이 급증하는 환경에서는 비용 효율성이 높아 ‘AI 상용화 단계의 핵심 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미나이가 빠르게 오픈AI의 챗GPT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제미나이의 올 9월 방문자 수는 약 11억명으로 전달 대비 46% 급증했다. 같은 기간 트래픽 점유율은 4%포인트 이상 상승했으며, 챗GPT는 4%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제미나이 흥행에 따라 구글과 협력 관계에 있는 미국 빅테크 주가도 동반 강세를 이어갔다. 구글 TPU 설계·제조를 맡은 브로드컴 주가는 간밤 1.87% 상승하며 직전 거래일 11% 급등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내년부터 엔비디아 칩 대신 알파벳 TPU 임대를 논의 중이라 밝힌 메타 주가도 최근 5거래일 동안 7% 넘게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도 대덕전자(353200)·이수페타시스(007660) 등 브로드컴 공급망으로 분류되는 종목 주가가 최근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순한 주도주 교체가 아니라 AI 산업 권력 구조 이동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미나이 3는 경쟁사 대비 성능 우위가 확인되고 있으며 구글 클라우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미나이 3.0은 브로드컴 TPU 활용 비중을 늘려 효율성과 전력 비용을 개선한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자체 칩을 활용해 성능을 입증하자 경쟁 심화 여파로 엔비디아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학습 단계에서는 여전히 GPU 의존도가 높지만, 추론용 칩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자체 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점이 주가 차별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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