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 중 수익률 상위 가입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적립금의 80% 가까이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퇴직연금 고수들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8.8%,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1%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자 평균(1년 4.2%, 3년 4.6%)의 3.5~9.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 등 권역별 퇴직연금사업자의 퇴직연금 가입자들 중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면서 적립금 잔고가 1000만 원 이상인 DC 가입자를 선별했다. 이후 이들을 5개 연령대(30대 미만,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로 구분하고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 100명씩을 뽑아 총 1500명의 ‘퇴직연금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권역별로 보면 대체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증권 권역의 고수들의 수익률이 18.9%(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 기준)로 가장 높았으며 은행 15.1%, 보험 13.1%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수익률 분포는 40대가 가장 높은 봉우리 형태로 나타났는데, 30대 미만의 경우 투자경험이 짧은 사회 초년생들로 구성돼 있고, 이미 은퇴했거나 앞두고 있는 60대 이상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향후 현금흐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고수들은 어떻게 투자했나
퇴직연금 고수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펀드, 채권과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79.5%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대기성
자금 비율도 8.6%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유 자금을 일부 유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증권의 실적배당 비중이 83.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체로 보수적인 가입자가 많은 은행(80.2%)이나 보험(73.4%) 권역의 경우에도 고수들은 높은 수준의 실적배당상품 비중을 유지했다.
고수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집합투자증권(펀드)을 유형별로 보면 주식형 70.1%, 혼합채권형 9.0%, 재간접형 7.7%, 파생상품형 6.8%, 채권형 3.9%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주식형 펀드를 주력으로 투자하면서 혼합채권형 펀드 비중이 두 번째로 높다. 이는 퇴직급여법령상 위험자산 투자한도(70%)를 준수하면서 주식 투자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국내 펀드(61.6%)에 대한 투자금액이 해외 펀드 (31.8%)보다 2배 가량 많았다. 향후 해외 시장보다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하고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판단된다. 실제 3분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영함에 있어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전략에 반영하는 게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비결임을 알 수 있다.
국내 펀드에 투자된 적립금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조선, 방산, 원자력 등 테마형 상품이 많았다. 관련 종목들이 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에서 기대되는 업종으로 전망됨에 따라 적립금 운용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해외 펀드의 경우 미국 빅테크 주식 관련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됐다.
집합투자증권 형태별로 보면 상장지수펀드(ETF)가 75.1%, 공모펀드가 24.9%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고수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집합투자상품 상위 10개 중 총 8개가 ETF형으로 나타났으며, 일반 가입자들이 장기투자시 선호하는 타겟데이트펀드(TDF)는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가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적립금이 아닌 투자자 수 기준으로 살펴봐도 다수의 국내 테마형 ETF가 상위권에 위치하는 등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최근 유행하는 금 ETF, 국내 파생상품형 ETF가 순위권에 올라오는 등 자산구성에 있어 다변화된 모습이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투자경험이 짧은 30대 미만의 연금 고수들은 대부분 미국 나스닥, S&P500 등 미국 지수형 ETF에 투자했다. 반면 30대 이상은 조선, 방산 등 테마형 ETF나 테슬라 등 우량기업 관련 펀드로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60대 이상의 연금 고수들에게서는 테마형 ETF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나, 고배당 펀드나 중국 펀드 비중을 늘려나가는 등 보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봐도 어렵다면
결국 퇴직연금 고수들의 높은 수익률은 실적배당상품을 적극 활용한 결과였다. 특히 지수형 펀드가 아닌 테마형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거나 생업이 바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이들처럼 연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이들에게 “지금보다는 능동적으로 적립금을 운영하되, 금융 전문가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사전에 지정하기만 하면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이나 가입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TDF 등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TDF 수익률(7.1%)은 원리금보장형상품 수익률(3.4%)의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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