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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도 구글 AI칩 쓴다”…엔비디아 흔들리자 삼성·SK가 웃는다 [갭 월드]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5>

구글, 자체 칩 외부 판매 ‘강수’…ASIC 시장 개화

‘가성비’ 앞세운 AI 추론 칩, 엔비디아 독점 균열

TSMC 병목·HBM 다변화…K반도체 반사익 기대

구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이 그동안 자사 서비스에만 폐쇄적으로 활용하던 인공지능(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의 빗장을 풀고 외부 판매를 선언하며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단순한 칩 판매 확대를 넘어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서비스를 구동하는 ‘추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이 본격 개화함에 따라 엔비디아의 독주가 주춤하고 국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K반도체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메타 등 경쟁 빅테크 기업에 자사 TPU를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타가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이 같은 결정은 자사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0’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100% 자체 TPU 클러스터만으로 학습됐음에도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1501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기술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칩 없이도 최고 성능의 AI 구현이 가능함을 입증한 셈이다.

특히 11월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전쟁’이 정점에 달한 시기였다. 이달 12일 오픈AI의 GPT 5.1을 시작으로 17일 xAI의 그록 4.1, 25일 앤스로픽의 오퍼스 4.5까지 4대 경쟁 모델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이전까지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리더보드 순위가 뒤바뀌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이번에는 제미나이 3.0의 확실한 우위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엔비디아 GPU가 아닌 자체 제작 TPU와 압도적인 사용자 데이터를 결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제미나이의 호평 속에 AI 산업계에는 구글 독주에 대한 우려와 기술 진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용 80% 차지하는 ‘추론’ 시장 가성비 앞세운 ASIC의 역습


구글 7세대 TPU 아이언우드가 탑재된 모습. 사진제공=구글클라우드


구글 7세대 TPU 아이언우드가 설치된 슈퍼포드 전경. 사진제공=구글클라우드


업계가 구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이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학습’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만들어진 모델로 이용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추론’ 시장이 열리고 있다. 통상 생성형 AI 서비스 비용의 80% 이상은 추론 과정에서 발생한다. 범용성을 위해 불필요한 기능까지 탑재해 비싸고 전력을 많이 먹는 엔비디아 GPU보다 특정 목적에 딱 맞춰 설계된 ASIC가 각광받는 배경이다.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이런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조준했다. 아이언우드는 딥러닝의 핵심인 행렬 연산에 불필요한 회로를 제거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가격 역시 엔비디아 주력 제품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능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아이언우드 개별 칩은 4614TFLOPS(테라플롭스·1초에 1조 번 연산)의 성능을 내며 칩 간 연결을 통해 최대 9216개를 묶으면 42.5EFLOPS(엑사플롭스·1초에 100경 번 연산)급 슈퍼컴퓨터로 작동한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SIC 시장 규모는 2024년 120억 달러에서 2027년 300억 달러(약 43조 5000억 원)로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트레이니움’과 ‘인퍼런시아’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이아 100’을 도입하며 탈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TSMC 생산 병목에 삼성 파운드리 부각 HBM 판로 다변화로 SK하이닉스도 수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같은 AI 칩 다극화 흐름은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I 가속기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대만 TSMC의 생산 능력(Capa)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었지만 최선단 공정인 N3P 등은 애플 등의 주문 급증으로 완전 가동 상태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이 늘어나는 ASIC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2나노(nm·10억분의 1m) 공정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TSMC를 제외하면 2나노 등 최첨단 공정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은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수주하고 엑시노스 2600 생산을 준비하며 2나노 수율 안정화를 증명하고 있다. 과거 구글의 초기 TPU 모델을 생산했던 이력도 긍정적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빅테크는 공급망 안정을 위해 멀티소싱을 원칙으로 한다”며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구글과 협력은 자연스럽게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판로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글 TPU 설계를 돕는 브로드컴 등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집중됐던 HBM 공급처가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의 자체 칩으로 분산되면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특정 기업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서비스가 대중화된 지금은 총소유비용(TCO)을 낮추는 게 기업 생존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구글·아마존 등이 주도하는 고효율 ASIC이 확산되면 시장은 엔비디아 1강 체제에서 용도별 다극화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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