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현대LNG해운 매각이 속도를 내면서 2014년과 2017년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PEF)가 맡았던 해운사도 속속 새 주인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SK해운과 H라인해운은 상시 매각을 추진 중이고, 한국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역시 산은 보유 지분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각 탐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대LNG해운처럼 원유·가스 등의 핵심 에너지를 국내로 들여오는 역할을 하는 국적 해운사가 수익 논리에 따라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재계 3위인 시나르마스 그룹에 매각하면서 인수한지 만 10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IMMPE 컨소시엄은 2023년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입찰자들이 투자 원금에 못미치는 가격을 써내며 무산됐고, 이후에는 지난해 말까지 HMM 등이 인수를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LNG해운의 부채가 많았고, HMM 스스로 매각을 추진하던 과정이어서 성사되지 않았다.
상시 매각으로 전환한 올해부터 현대LNG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고, 국내 물류기업을 포함해 2~3곳의 기업이 실사를 거쳐 막판 협상을 벌였다. 시나르마스 그룹은 국내와 해외 증권사를 통해 인수금융을 확보하며 거래 성사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2200억 원에 달하는 단기 부채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전략적투자자(SI)라는 점에서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IMMPE 컨소시엄은 당초 국내 매각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나, 시나르마스에 비해 인수 의지가 약해 번번히 성사되지 않았다.
현대LNG해운의 매각이 최종 성사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 배를 건조할 때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면 매각 시 승인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신고만 하면 된다. 현대LNG해운은 LNG추진선·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수소 엔진 등 친환경 고효율 선박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가스공사는 자회사를 통해 현대LNG해운의 벙커링 전용선을 보유하고 있다. 해운업 관계자는 “20년간 개발한 한국형 LNG벙커링선 기술 등이 해외 기업에 넘어간다는 것이 국내 해운업 경쟁력에 타격이 있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수차례 국내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자자의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PEF로서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PEF가 보유한 다른 해운사 역시 현재까지 국내 매각이 쉽지 않아 마찬가지 논란을 겪을 수 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SK해운은 HMM과 인수협상을 벌이다 무산됐고, H라인해운도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서 선박부터 팔기 위해 선사들과 협상을 펼치는 중이다. 두 번째 해운업 구조조정인 2017년을 기준으로 해도 PEF 펀드 만기인 8년차가 되면서 국내 인수자에서 해외로 넓혀 매각하려는 시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MM의 경우 금융당국이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에 위험가중치 적용을 3년간 유예하며 시간을 벌어줬고, 포스코·현대중공업그룹 등 국내 기업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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