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 간 줄다리기로 법제화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업계의 움직임에는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기업은행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가) 기업은행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제안을 했으며 기업은행 측에서 해당 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논의가 구체화되거나 결정된 것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기업은행과 접촉한 것은 두 은행이 공동 발행에 나설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송금이나 무역 결제에서 초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두 은행은 각각 외환거래와 기업간거래(B2B) 및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4대 금융에 속하는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기업은행이 적절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관심이 있지만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법제화 진행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KRWI’와 ‘IBKKRW’ 등 관련 상표권 10여 건을 출원해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기업은행을 포함해 복수의 은행에 협업을 제안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은행권에서 추진되던 컨소시엄·합작법인(JV) 구성 움직임과는 별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은행권의 공동 발행 움직임은 올 4월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의 스테이블코인 분과 신설을 통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이후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이 모두 분과에 참여하며 컨소시엄 논의가 진행됐다.
일부 은행들은 JV를 설립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올 7월 OBDIA에 가입하며 공동전선을 꾸리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독자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는 비교적 후발 주자로 평가돼왔던 만큼 자행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하나은행은 원화 코인 발행보다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인 서클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해외 가상화폐 사업자와의 협업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지주 차원에서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준비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법안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는 한은의 공동 검사 요구권과 금융위에 대한 긴급조치 명령, 거래 지원 종료·중단 명령 행사권 등은 과도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부총재와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융위원회 회의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해당 틀 안에서 논의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본지 11월 25일자 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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