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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오늘’만큼 신선한 이름은 없다





잠옷도 벗지 못하고 펄럭이는 나뭇잎으로

하루는 아침마다 새 옷을 갈아입고 도착한다

아침엔 아카시아 꽃의 말을 베끼고 싶어

처음 닿은 햇빛으로 새 언어를 만든다

오늘이라는 말은 언제나 새 언어다

약속 위엔 무슨 색종이를 얹어 놓을까

한 방울 진한 잉크빛 그리움

제 이름 부르면 앞다투어 피는 꽃들은

오늘 하루 내가 가꿀 이름이다

오늘 날씨를 묻느라 새들의 입이 바쁘고

풀의 얼굴 만지며 오는 햇빛의 발걸음이 젖어 있다



초록 위에 푸름을 얹으면 초록이 아파한다

하늘을 닦아 창문에 걸어두고

아껴둔 마음 한 다발 부치려고 우체국으로 걸어간다

그의 손이 썼을 글자들에 남은 온기

살아서 닿았던 눈빛들이 한꺼번에 달려온다

‘오늘’이라는 말은 내가 쓴 말 가운데

가장 새로운 언어다

-이기철

오늘을 맞이하는 시인이 소년처럼 설레고 있다. 하루가 새 옷을 입고 도착하고, 아카시아가 향기로운 말을 건네고, 이름을 부르면 피어날 꽃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니, 우리를 스치는 건 오늘밖에 없다. 하지만 어제에 사로잡히거나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전유하기는 어렵다. 오늘 속에 과거와 미래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 신선하려면 어제와 내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새로워야 할 것이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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