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호실적을 거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3분기까지 지난해보다 9배 많은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내년에는 세수 기여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9월 30일까지 납부한 법인세 총액은 6조 231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010억 원)보다 9배가량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070억 원에서 올해 1조 8860억 원으로 211%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940억 원에서 4조 3440억 원으로 4516% 올랐다.
기업들은 법인세를 상반기 2회(3, 4월), 하반기 2회(9, 10월) 등 1년에 4번 납부한다.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큰 실적 개선을 이룬 만큼 10월에만 1조 원 수준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5% 증가한 12조 1661억 원, SK하이닉스는 61.9% 늘어난 11조 3834억 원이다.
내년에도 메모리 제품 전반의 가격 인상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업계의 세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이 늘면 다음 해 정부 법인세 수입이 늘어난다"며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로 내년 정부 법인세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업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투자 경쟁이 격화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기업의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고 AI 인프라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기업들이 공동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16조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따른 재계의 요청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이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들이 초대형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금융 규제와 자본 조달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목소리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0일 “집중화된 자금과 플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AI 게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며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e122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