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이 세계인의 식탁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김 수출액은 역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김 수출 금액은 10억15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연간 김 수출액은 2023년 7억9300만 달러, 지난해 9억9700만 달러로 10억 달러에 못 미쳤으나 올해는 일찌감치 1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우리나라 김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짐과 동시에 전 세계적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수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최근 김 소비가 급증한 북미 시장이다. 미국시장 김 수출액은 이달 20일까지 2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늘었다. 일본 수출액도 같은 기간 13.8% 증가한 2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수출액은 36.6% 급증하며 1억 달러에 달했다. 태국(8800만달러)과 러시아(8500만달러)도 수출 상위국에 이름을 올렸다.
해수부는 김 수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양식장 신규 면허를 2700 ㏊(헥타르·1㏊는 1만㎡) 확대했으며 가공설비를 현대화, 해외 판로 개척 등 정책적 지원에 힘을 쏟았다. 또 한류 연계 마케팅을 확대해 수요를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올해 우리나라 김 수출 실적 10억달러 돌파는 해수부의 정책적 지원에 민간 기업의 혁신 역량을 더해 함께 이뤄낸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해수부는 김 산업을 지원하고 김을 비롯한 수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김 제품의 국제 규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 총회에서 김 제품의 세계 규격화를 위한 신규 작업 개시가 승인됐다. 김의 품질과 위생, 표시, 시험법 등에 대한 국제 기준이 마련되면 김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영역에서도 늘어나는 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바다가 아닌 실내 수조에서 김을 양식하는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앞서 해수부는 올해 5월 국내 김 육상양식 국책 연구개발(R&D) 과제 사업자로 대상과 풀무원을 선정한 바 있다.
김을 육상에서 양식하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연중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진다. 또 바닷물을 매개로 한 갯병을 차단할 수 있고 해양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김 육상양식이 상용화되면 글로벌 시장 수요 증가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수출 호조 속 국내 김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1월~10월) 마른 김 10장 가격은 평균 1377원으로 2년 전보다 35.1%, 10년 전과 비교하면 82.9%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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