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막바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을 세입 재추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소비 회복에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경제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면서 내년 국세수입도 정부의 당초 전망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의 증액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세입 전망을 올리면 정부가 예산 증액의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어서 세정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기업들의 3분기 누적 실적과 연간 실적 전망, 경제성장률 조정치, 소비 지표 등 최신 거시경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 모델에 넣어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핵심 세법개정안 논의가 조세소위원회에서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예산소소위나 예산결산위 전체회의에서 재추계 결과가 최종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안팎에서는 내년 세입(국세)이 당초 정부 전망치인 390조 2000억 원을 웃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세입은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 외에도 성장률과 기업 실적, 민간소비 흐름 등에 크게 좌우된다. 정부는 올 8월 내놓은 2026년 예산안에서 내년 성장률은 1.7%, 민간소비 증가율은 1.6%, 환율은 1380원대로 각각 가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시 지표 데이터가 모두 달라졌다. 먼저 소득세 등 전체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률 전망부터 크게 바뀌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AI 대전환 등에 힘입어 씨티·JP모건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최대 2.2%까지 올려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2%를 제시했다. 한국은행 역시 이달 말 수정전망에서 성장률을 1.6%에서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정부가 세수 전망 때 가정한 성장률을 0.3~0.5%포인트 웃돈다.
내년 법인 세수와 직결된 올 기업 실적은 개선세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639곳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1% 늘어난 179조 5678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코스닥 상장사 영업이익(8조 8358억 원)도 9.7% 늘었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낸 코스피 202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또한 276조 6854억 원으로 석 달 새 10조 5442억 원(3.9%) 상향됐다. 내년 전망치는 무려 22.9%나 올랐다. 부가가치 세수와 연결된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에서 1.6%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내년 세입이 최소 3조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내년 국세수입을 정부 전망치보다 5조 9000억 원(1.5%) 많은 396조 1000억 원으로 계산했다.
세제 당국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세입을 올리면 세출도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8.1% 늘린 728조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상임위마다 증액 요구가 분출한 상황에서 세수 재추계마저 늘어나면 정부가 증액의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수 전망치 상향 폭이 크지 않을 경우 재추계 공개를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 세법개정안 논의가 조세소위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추계 결과가 나오는 시점도 단정하기 어렵다”며 “내년 세수 추계를 정부가 보고하더라도 예산안에 반영할지는 결국 국회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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