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세계 경제의 다음 성장 엔진으로 본격 가동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아프리카 대륙은 더 이상 ‘미래의 시장’이 아닌 현재의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2030년 아프리카 인구는 17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그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의 청년 세대다. 젊음과 역동성, 자원의 풍요로움이 결합된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함께 성장해왔다. 1960년대 산업화의 초입에 있던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립의 경험’을 축적하며 성장했고, 독립 이후 국가 발전의 해법을 모색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새로운 길을 찾고 있었다. 한국은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계획의 경험을 아프리카와 공유하며 원조가 아닌 ‘공감(共感)의 협력’을 택했다. 그때 뿌려진 공감의 씨앗은 오늘날 협력의 근간이 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 발전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협력은 ‘공존(共存)’의 단계로 진화했다. 한국의 산업이 고도화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면서 아프리카는 더 이상 원조의 대상이 아닌 전략적 경제 파트너로 부상했다. 전기자동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필수 원료인 코발트·리튬·망간·니켈 등 주요 자원이 아프리카 대륙에 집중돼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자원을 단순히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오프테이크-현지 가공-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가치사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자원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현지 부가가치를 높이고 기술·인력·투자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또한 아프리카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바일 보급률이 빠르게 높아진 아프리카는 전통적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 모바일 중심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케냐의 엠페사(M-Pesa)를 비롯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현금 중심 경제’에서 ‘데이터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시티, 전자정부 구축 경험은 아프리카 각국이 신뢰하는 협력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르완다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에티오피아의 전자 조달 시스템 도입, 가나와 우간다의 ICT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은 한국의 경험이 아프리카의 혁신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제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은 기술과 자본, 인력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공진(共進)’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 중심에는 민관 협력 투자 개발 사업(PPP)이 있다.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인프라·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PPP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도 위험을 분산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진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탄자니아의 표준궤철도(SGR), 케냐의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 체계(ITS), 나이지리아의 레키 심해항은 공공과 민간, 국제금융이 결합된 대표적 PPP 성공 사례다. 이들 프로젝트는 공공의 필요와 민간의 효율이 조화를 이루며 아프리카의 산업화와 도시 인프라 개선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KOTRA(코트라)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26년을 ‘구조적 협력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10대 유망 프로젝트 집중 지원’과 ‘프로젝트 플라자 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현지 정부와 개발 금융기관을 연계하고 한국 기업이 PPP 기반의 아프리카 시장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공감으로 시작된 협력이 공존을 거쳐 이제는 산업과 기술, 자원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공진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발전이 한국의 기회가 되고 한국의 경험과 기술이 아프리카의 미래를 밝히는 지금 둘의 관계는 단순한 교역을 넘어 공동 번영의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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