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미국 자회사인 네옥바이오의 기업가치를 키워 빅파마로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화이자에 인수된 멧세라의 사업 모델을 따라 빅파마에 매각하거나 차순위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네옥바이오의 M&A를 목표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7일 기업설명회에서 “네옥바이오가 신약 개념증명(PoC)을 거쳐 M&A까지 가능한 계약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확히 (화이자에 인수된) 멧세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빅파마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넘어 인수 또는 합병까지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기술이전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로열티 등이 임상·허가 등 불확실성에 좌우되는 반면 M&A는 계약과 함께 확실한 현금 수령이 보장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더구나 M&A 규모는 기술이전 총액보다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규모였던 미국머크(MSD)와 알테오젠 간 기술이전 계약이 38억 6500만 달러였던 반면 올해 MSD의 M&A 규모는 베로나파마 100억 달러, 시다라테라퓨틱스 92억 달러에 달한다.
네옥바이오가 빅파마에 인수되면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기업 최초로 빅파마의 지분 투자를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최초 업적을 남기게 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4일 일라이릴리와 220억 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릴리가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의 잠재력을 긍정 평가하고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네옥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신약 후보물질인 ‘ABL206’과 ‘ABL209’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중항체 ADC는 두 개의 다른 특성을 지닌 항원을 표적으로 해 암세포에 정확히 결합하고 암세포 내부로 빠르게 침투한다. 이에 따라 기존 단일항체 ADC 대비 개선된 안전성과 우수한 치료 효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하반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두 물질의 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고 2027년 임상 1상 중간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ABL206은 ROR1과 B7H3, ABL209는 EGFR과 MUC1이라는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 대표는 “기존에도 ROR1과 MUC1을 각각 표적으로 하는 단일항체 ADC는 개발되고 있었지만 고형암에서는 별로 효능이 없어 혈액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고형암에서 효능을 높이기 위해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실제 비임상 데이터에서 단일항체 ADC보다 훨씬 효능이 좋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네옥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올 9월 네옥바이오에 3700만 달러(약 4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ABL206과 ABL209의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 권리를 현물 출자해 1000만 달러(약 143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취득했다. 현재 네옥바이오의 지분은 마얀크 간디 네옥바이오 대표 지분(4.74%)을 포함해 에이비엘바이오가 100%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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