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공모주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신규상장이 이달 다시 재개되면서 새내기주의 주가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조 원 단위의 자금을 끌어모을 뿐만 아니라 연달아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에식스솔루션즈부터 케이뱅크·SK에코플랜트·무신사까지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온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8개 종목(노타(486990)·이노테크(469610)·큐리오시스(494120)·세나테크놀로지(061090)·그린광학(0015G0)·더핑크퐁컴퍼니(403850)·씨엠티엑스(388210)·비츠로넥스텍)은 모두 첫날부터 공모가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노테크(공모가 1만 4700원)와 큐리오시스(2만 2000원)는 공모가 대비 300% 급등한 채 마감하며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주가 4배 상승)’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노타가 상장일에 공모가(9100원) 대비 240.7% 오른 3만 1000원, 씨엠티엑스(공모가 6만 500원)는 117.52% 오른 13만 1600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이 같은 온기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 예비 상장사 모두 조 원 단위의 증거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18일부터 19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한 아로마 기반 스킨케어 기업 아로마티카는 경쟁률 2865.17대1을 달성하며 올해 코스닥 IPO 최고치를 경신했다. 20일 코스닥에 상장한 씨엠티엑스는 일반 청약에서 13조 8622억 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확보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씨엠티엑스의 청약 증거금 역시 올해 코스닥 IPO 기준 최대 규모다.
다만 올해 공모주 시장은 중복 상장 이슈, IPO 규제 개선 등이 맞물리며 연초 이후 대규모 딜이 실종됐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명인제약을 제외하고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티엠씨가 유일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공모 규모가 500억 원 남짓에 불과한 만큼 IPO 대어로 보기 어렵다. 실제 올해 공모 규모가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LG CNS(LG씨엔에스(064400)), 대한조선(439260)·서울보증보험(031210) 등 5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조 원 단위 공모는 LG CNS가 유일한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LS그룹의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와 케이뱅크가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상장 후 케이뱅크와 에식스솔루션즈의 몸값이 각각 최대 5조 원,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반도체 공정 및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SK에코플랜트가 IPO 절차에 속도를 내며 예심 청구 일정을 조율하고 있고 ‘몸값 10조 원’이 기대되는 무신사는 연내 주관사단 선정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 대표 생성형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까지 주요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IPO를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처럼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계열사까지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만큼 내년 공모주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장기업 개수가 86개(코스피 12개, 코스닥 74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올해(78개)보다 약 10%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공모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지도 올해보다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의 5년 장기 상승 주기와 코스피 4000 시대가 함께 맞물렸을 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IPO 제도 개선의 영향에 따라 일부 기업의 상장 일정이 순연되는 등 풍선 효과까지 겹쳤다”면서 “2021년에 버금가는 풍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at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