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거품론에 미국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코스피가 이달 들어 이틀에 한 번꼴로 100포인트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엑소더스(대탈출)’를 기록했고 시장은 악재마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12월~내년 1월 미국의 기준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널뛰기 장세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1.59포인트(3.79%) 급락한 3853.26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무려 2조 8229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2021년 2월 26일(2조 8300억 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21일 기준) 12조 2990억 원을 팔아치우며 종전 월간 최대 기록인 2020년 3월(12조 5550억 원) 수준에 육박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5거래일 중 7거래일에서 100포인트 이상 오르내릴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해진 양상이다. 특히 7일(-1.8%), 14일(-3.8%) 등 매주 ‘검은 금요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929개 종목 가운데 721개(78%)가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8.76% 떨어진 52만 1000원, 삼성전자(-5.77%)도 ‘10만 전자’를 탈환한 지 하루 만에 9만 원대로 내려왔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2.40%, 대만 자취엔지수(TAIEX) -3.61%, 상하이종합지수 -2.45% 등 동반 하락한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유독 코스피 낙폭이 컸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41.38로 마감했다. 불과 사흘 전인 34.36에서 18일 39.26으로 급등한 뒤 이날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VKOSPI는 변동성 확대가 예상될 때 특정 가격에 상품을 팔거나 살 수 있는 옵션의 가치가 고평가되면서 상승하게 된다. 올해 VKOSPI가 종가 기준 40선을 넘긴 것은 다섯 번째로, 네 번이 11월에 집중됐다. 나머지 하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관세 정책을 발표했던 4월 7일(44.23)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이 단순히 ‘AI 거품론’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이 작은 악재에도 과민하게 반응할 만큼 예민해진 상태라고 해석했다. 표면적으로는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비중이 급증하고 매출의 61%가 주요 4대 고객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 반도체 칩 감가상각 논란 등이 방아쇠가 됐으나 근본 원인은 불확실성과 고평가 논란에 대한 피로감 누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 CNN ‘공포와 탐욕 지수’는 이날 6을 기록하며 올 4월 ‘트럼프발 관세 쇼크’ 당시와 같은 ‘극단적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이달 11일까지만 해도 지수는 34로 ‘공포’ 수준이었는데 최근 낙폭이 급격히 커졌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시장이 막 개화하는 단계에서 시장이 적정 수익 규모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다 보니 기대감이 앞서나갔다가 기업 실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시기상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와 겹치면서 조정 강도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말 들어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예민해진 배경으로 글로벌 단기 유동성 부족도 지목됐다. 미 정부가 돈을 못 쓰는 상황에서 빅테크들이 AI 투자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면서 테크기업들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오라클을 필두로 상승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기 달러 유동성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미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해소로 중단됐던 재정 지출이 재개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QT)이 종료되기 때문에 상황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단기자금 시장에서 익일물 금리인 무위험지표금리(SOFR)가 연방기금금리를 자주 웃돌며 불안 심리가 높아지자 연준은 QT 종료를 선언한 상태다. QT가 종료되는 날은 12월 1일부터다.
시장에서는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 금리 불확실성 해소가 ‘반등 트리거’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올해는 ‘산타랠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즉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변동성이 불가피해 보이며 이마저도 10월 지표 없이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기는 무리여서 1월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4분기 실적에 대한 윤곽이 잡힐 12월 중순께는 현재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D램 가격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 기대감이 꺾이지 않고 멀티플(배수)이 높지 않은 종목이라면 조정 국면을 매수의 기회로 삼아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증시가 빠르게 상승한 만큼 3800선까지 내려가면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만약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시장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변곡점을 유발할 만한 호재들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조선·방산·증권·뷰티 업종으로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도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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