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요 국가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일부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는 등 환경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인 한 달이었다. 글로벌 주식은 이 기간 동안 9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견조한 기업 실적이 상승 흐름을 이끌었고, 경기가 기업 실적을 뒷받침할 만큼은 강하지만 금리 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약하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흐름도 유지됐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과 고용시장 둔화 가능성이 있음에도 점차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주식 투자자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 흐름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치주보다 대형주·퀄리티주·성장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종목군을 선호하고 있으며 가치주 비중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년간 가치주 전략이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흐름은 아니다. 견조한 실적과 금리 인하 기대가 밸류에이션 우려를 누그러뜨리면서, 기관투자자들은 위험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주식 비중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
이러한 우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상대가치 거래나 포트폴리오 내 자산배분에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흐름이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위험선호지수를 올해 최고 수준에서 중립 수준으로 한 단계 내리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경기민감주보다 방어주 선호가 강화됐으며,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방어적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기술주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견조해 한국과 대만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선거 이후 개혁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전환했다.
10월 외환시장에서는 낮아졌던 달러 비중을 일부 다시 늘리는 움직임이 관찰됐다. 달러는 전통적으로 안전자산 통화로 인식돼 왔지만 올해 초까지는 이런 특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정부 셧다운 기간 중 기관투자자, 특히 미국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러를 매수했다는 사실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약화 속에 달러 강세가 재개된 점은 신흥국 자산에 부담 요인이다. 이로 인해 한국 원화는 엔화 약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추가 약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통화 전반에 대한 자금 유입이 둔화된 상황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원화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으나 이런 편중된 포지션은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원화가 위험자산 변동성에 민감하고 자금 유출 가능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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