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과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프리미엄 선물용 과일의 대명사였던 샤인머스캣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당도와 향이 뛰어나고 씨가 없다는 장점 덕분에 2020년까지만 해도 2㎏ 한 상자가 3만~5만원대에 팔렸고 한 송이에 2만원 가까운 가격을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 소매가격은 1만~2만원대로 떨어지며 오히려 거봉·캠벨얼리보다 더 싸진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KFA)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샤인머스캣 2㎏ 평균 소매가격은 1만1572원으로 평년 대비 54.6% 낮다. 지난해보다도 19.1% 떨어졌다. 일시적으로는 1만원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소폭 반등하는 추세다.
가격 하락은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달 평균 소매가격은 1만3,314원으로 2020년(3만40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10월 평균 가격 역시 2020년 3만4000원 → 2021년 3만3000원 → 2022년 2만4000원 → 2023년 2만1000원 → 2023년 1만5000원 → 올해 1만3000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내려왔다.
반면 거봉과 캠벨얼리는 가격이 유지되며 샤인머스캣보다 비싼 포도가 됐다. 지난달 기준 2㎏당 거봉 가격은 2만2952원으로 샤인머스캣보다 72% 높았고, 캠벨얼리도 2㎏ 환산 시 1만5834원으로 19% 더 비쌌다.
2021년까지만 해도 샤인머스캣(3만3435원)이 거봉(1만8963원)의 두 배 가까이 비쌌던 점을 고려하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전문가들은 샤인머스캣의 급락 원인으로 ‘과잉 재배’와 ‘품질 저하’를 꼽는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한 농가가 대거 재배에 나서면서 공급이 급증했고 그 과정에서 생육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품질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당도가 예전만 못하다”, “껍질이 질겨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실제 재배 구조를 보면 샤인머스캣 쏠림 현상이 분명하다. 지난해 기준 품종별 재배 비중에서 샤인머스캣은 43.1%를 차지해 캠벨얼리(29.3%)와 거봉(17.5%)을 크게 앞섰다. 2017년 4%에 불과하던 비중이 2020년 22%, 2022년 41%로 증가하며 단기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가격 급락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심각하다. 농가 피해가 커지자 농협경제지주는 이달 10일 해병대 제2사단에 샤인머스캣 1t(톤)을 전달하며 소비 촉진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재배 면적이 과도하게 늘어난 데다 품질 저하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도는 크기가 너무 크면 당도가 떨어진다”며 “1㎏짜리 큰 송이보다 600~650g 정도가 품질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크기와 높은 당도를 가진 과일이 선택되도록 소비자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i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