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034730)·LG(003550) 등 주요 그룹이 향후 3~4년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일제히 내놓은 것은 한미 간 관세·안보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걷히며 투자 및 사업 가시성이 확보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005930)는 향후 5년간 설비 및 연구개발(R&D)에 45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가 될 평택 캠퍼스 5라인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SK도 2028년까지 128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과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성에 총 600조 원을 투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처음으로 피력했다. 이에 따라 향후 첨단 제조 분야에서 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되고 AI·반도체·에너지 등 분야의 채용 규모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16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가 향후 5년간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사업장 및 협력사에 45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평택 반도체 캠퍼스 5라인 골조 공사에도 착수한다. 평택 캠퍼스는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반도체 제조 시설로 5라인 건설에는 60조 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충남 아산, 경북 구미 등에 추진 중인 제조 시설, AI 데이터센터 등에 속도를 내 지역 균형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구축 중인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시설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며 11월 인수를 완료한 글로벌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의 국내 생산 라인 건설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향후 5년간 6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 아울러 협력 회사와의 상생 경영도 강화한다. 삼성은 1~3차 협력 회사의 설비투자, 기술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에 대해 저리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SK 역시 2028년까지 128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기존 계획에 더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총 600조 원을 투자한다는 새 청사진을 제시했다. 600조 원의 구체적인 투자 시간표는 밝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빨라지면서 전례 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견되자 이에 대응해 투자 시계를 앞당긴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시기를 당길지는 구체적인 수요와 관련된 상황이지만 수요 추이를 지켜보면서 분명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고용 계획도 상향했다. SK는 지금까지 매년 8000명가량을 채용해 왔는데 반도체 팹 구축 계획이 앞당겨지자 매년 1만 4000명에서 최대 2만 명까지 신규 인력 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SK는 국내 제조 업계의 AI 전환에도 한층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는 산업통상부와 협력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트리니트팹을 구축하고 있다. 트리니티 팹은 정부와 용인시·경기도·SK하이닉스가 공동으로 약 1조 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연구시설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자체 시설 없이도 반도체 양산 팹과 같은 환경에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최 회장은 “트리니티팹을 통해 R&D에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 공급망 내 많은 기업들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AI 허브 국가로 위상을 확보를 하기 위해 저희가 제조 AI 부분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남·서남권에 구축 중인 AI 데이터센터 건설도 AI 수요에 맞춰 완공을 앞당기는 한편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여타 지역에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최 회장은 덧붙였다.
LG도 2028년까지 총 5년간 100조 원을 국내에 투자한다는 기존 계획을 구체화했다. LG는 투자액의 60%를 향후 AI 수혜가 집중될 소부장 부문 등에 투자해 협력사들의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협력사들의 AI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LG AI연구원 등을 통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AI 원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꼽힌다. 자체 AI 모델인 LG 엑사원은 전자·디스플레이·화학·생활건강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퍼져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 제조 라인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LG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AI 전환 기술을 협력사로 확장해 협력사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상생 경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쌓아온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해 가고 있는데 LG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역량이 함께 올라가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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