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최근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인공지능(AI) 발(發) 호황 사이클이 일시적 흔들림을 거치며 2026~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 상승 전망을 제시했다. AI 거품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겠지만,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등 실적 상향 조정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상승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9.06포인트(–3.81%) 급락한 4011.57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이달 초 3900선으로 밀려난 데 이어 전일에서 다시 4000선 붕괴 직전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005930) 등 AI 대표주가 일제히 크게 떨어지며 투자 심리가 흔들렸다. AI 거품 논란에 더해 고환율 부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조정이 “AI 업사이클 속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동성”이라고 진단했다. JP모건은 2026년까지도 ‘AI 사이클 정점’ 우려와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이 충돌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기업들의 EPS가 계속해서 상향 조정되면서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 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JP모건은 이번 AI 호황 사이클이 2027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생성형 AI 도입 확산 △미국 6대 클라우드 빅테크의 강력한 설비투자(케펙스·Capex) 증가 △TSMC·SK하이닉스의 극도로 제한된 공급 증가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칩 첨단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2026년까지 병목을 만들고, 2027년부터는 전력·송전 인프라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력한 AI 수요로 인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범용 D램, 후공정(OSAT) 기판 등의 비(非) AI 부품의 가격까지 전방위적으로 들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도 메모리 업황에 대해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과거 어떤 사이클보다 강력하다”며 D램·낸드 슈퍼 사이클을 과거 5차례 사이클과 비교했을 때 최고점을 상당히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TSMC, SK하이닉스, 어드반테스트,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 델타 일렉트로닉스를 최선호 투자군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AI 트렌드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엣지 디바이스(스마트폰·PC)로 확장되고 있고, 2027년 6세대(6G) 통신망 개화가 기대된다며 리노공업(058470)의 목표가를 6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상향했다.
한편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이달 일부 메모리 제품의 계약 가격을 9월 대비 최대 60% 올렸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는 매월 공급 가격을 발표하지만, 지난달에는 발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는 지난달 공급 계약가 공시를 한 달가량 미루며 가격 인상폭을 조정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유통업체 퓨전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2기가바이트(GB) DDR5 메모리칩 모듈 가격은 9월 149달러(약 22만 원)에서 11월 239달러(약 35만 원)로 약 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16GB, 128GB DDR5 메모리칩 계약 가격도 각각 약 50% 오른 135달러(약 20만 원), 1194달러(약 174만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으며, 64GB와 96GB DDR5 메모리칩의 계약 가격도 30% 이상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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