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기아(000270) 화성 공장(오토랜드 화성) ‘이보 플랜트(EVO Plant) 이스트’. 2023년 1월 착공해 22개월 만에 가동을 시작한 공장은 기아의 첫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생산으로 분주했다. 일반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와 함께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셀’ 생산 방식이 공존했다.
이는 기아가 추구하는 PBV 전용 공장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아의 PBV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채택해 차체와 내·외장 주요 부품을 모듈화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조합과 유연한 차종 생산이 가능하다. 컨베이어 벨트와 셀의 병행은 이같은 다품종 생산을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자동화·정보화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무인운반차량(AGV)이 끊임없이 부품을 싣고 날랐다. 거대한 로봇팔은 차량 충돌시 충격을 완화하는 크러시패드, 차량 실내 천장 부분인 헤드라이닝 등 고중량의 부품을 자동 장착했다. 근로자들은 위치 기반 자동화 기기인 스마트 태그, 오작업 방지 모니터 등을 통해 작업 공정 및 안전 상황을 확인했다. 공장 관계자는 "현대차(005380)·기아의 스마트팩토리 브랜드인 ‘이포레스트(E-FOREST)’가 적용돼 실시간 공장 운영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화성 이보플랜트는 탄소 배출도 최소화했다. 도장 공정은 탄소와 유해물질을 저감하는 건식부스 운영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기존 공장 대비 약 20% 줄이도록 설계됐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있는 약 10만 5000평 규모 유휴 국유지를 활용해 50MW(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보 플랜트는 ‘진화’를 의미하는 ‘이볼루션(Evolution)’과 ‘공장’을 뜻하는 ‘플랜트(Plant)’를 조합한 이름이다. 진화와 혁신을 추구해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이보플랜트의 부지는 축구장 42개 크기인 30만375㎡(약 9만864평) 규모에 달한다. 이보플랜트 이스트가 9만9976㎡(약 3만243평), 2027년 준공되는 이보플랜트 웨스트가 13만6671㎡(약 4만1343평)로 공장 규모만 23만6647㎡(7만1586평)이다. 현재는 PV5를 연간 5만 대 규모로 생산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대형 PBV인 PV7과 PV9, 초소형 PV1까지 라인업을 넓혀 연간 25만 대 PBV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한다.
공장 부지에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PBV 컨버전 센터도 6만3728㎡(약 1만9278평) 규모로 지었다. PV5를 활용한 오픈베드, 탑차, 캠핑용 차량 등 다양한 특화 컨버전 모델을 제작한다. 향후 PV7 등을 활용한 후속 컨버전 모델도 개발 및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는 컨버전 센터를 PBV 모델 비즈니스 전개를 위한 전초 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기아 관계자는 "PBV 컨버전 센터를 기반으로 PBV 기반 산업 경쟁력 강화와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PBV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이보플랜트 이스트 준공식과 이보플랜트 웨스트 기공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문신학 산업통상부 1차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화성갑),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경기 화성을) 등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이끄는 PBV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미래 모빌리티 구상을 언급하며 PBV,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의 생태계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김 총리는 “기아 화성 이보플랜트 이스트 준공식과 웨스트 기공식에 함께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회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성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등 2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송 사장은 "PBV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2030년까지 89만 대를 판매할 계획" 이라며 "특히 73%를 해외에 판매해 총 32조 원의 수출액을 달성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 전략 상품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기아의 전기차 전략과 관련해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과 연계해 2026~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 예정인 기아 전기차 451만대 중 58%에 달하는 263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등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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