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9개월 만에 1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규모 재정이 집행됐던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1·2차 추가경정예산이 조기 집행된 여파다. 정부가 내년도 728조 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 데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더 늘리라는 요구가 확대돼 내년 나라 살림 적자 규모는 올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총수입은 480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74.8%다. 9월 누계 국세수입이 289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조 3000억 원 늘었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 수입이 21조 4000억 원 증가했고 성과급 지급 확대와 근로자 수 증가, 해외 주식 호황 등으로 소득세도 10조 2000억 원 늘었다. 세외수입은 1년 전보다 2조 2000억 원 늘어난 24조 7000억 원, 기금수입은 4조 9000억 원 증가한 166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9월까지 총지출은 54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차 추경 대비 지출 진도율은 77.4%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3조 5000억 원 적자로 나타났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102조 4000억 원 적자였다. 1·2차 추경을 조기 집행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폭이 11조 원 가까이 불었다.
연도별로 1~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충격이 있었던 2020년(108조 4000억 원 적자) 이후 5년 만에 최대 적자 폭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 9월에는 주요 세입 일정이 없어 관리재정수지가 악화했다가 10월에 다소 개선되는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는 9월 말 1259조 원에 달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예산상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인 111조 6000억 원에 수렴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예측대로라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2%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내년 이후에도 현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예산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최대 128조 9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GDP 대비 적자 비율은 한 해도 빠짐없이 4%를 웃돌게 된다. 재정준칙(GDP 대비 적자 비율 3% 이내 관리) 준수는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정부안 대비 증액된 예산안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당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대상을 ‘월 소득 80만 원 미만(정부안)’에서 ‘100만 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202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안대로 확정될 경우 지원 대상이 73만 6000명에서 114만 7000명으로 늘어나 정부안(824억 원)보다 730억 원이나 더 소요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약 1700억 원 추가 증액하기로 했다. 다른 상임위원회들도 지방선거 표심을 노린 현금성 사회복지 지출을 늘릴 태세다.
국세수입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조세지출 정비도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는 최근 ‘농협·수협 등의 비과세 예탁금 및 법인세 저율 과세 특례의 현행 유지 및 일몰 기한 연장 촉구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내년부터 총급여액이 5000만 원(종합소득 3800만 원)을 초과하는 농·축협 준조합원은 3000만 원 한도의 비과세 예탁금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축협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12%에서 15%로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여야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반대한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긴급 지시하면서 세외수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중장기적인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구체적인 관리 방안 없이 추상적으로 재정·경제 선순환을 통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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