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만이자 탈원전 정책 이후 처음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제2의 탈원전’ 우려를 빚는 이재명 정부 초기에 원전 축소가 아닌 유지 결정이 내려진 만큼 여러 에너지원을 섞어 쓰는 에너지믹스 정책의 일환으로 원자력 생태계 복원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대회의실에서 제224회 회의를 열고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와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와 사고관리계획서 등 안전성 평가 결과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 중인 고리 2호기는 연말이나 내년 재가동에 들어가 2033년 4월까지 연장 운영된다.
계속운전은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해 이상 없을 경우 10년 더 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유명무실해졌던 제도를 되살려 계속운전을 결정한 원전은 이번 고리 2호기가 처음이다. 탈원전 정책 전인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사례다.
고리 2호기는 685MWe(메가와트)급 발전 규모를 갖춘 가압경수로로 1983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40년 간 운영됐다. 영구 정지된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를 제외하면 현존 가장 오래된 원전이다. 한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탈원전 정책이 철회된 직후인 2022년 4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신청해 이달 초까지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심사와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사전검토를 거쳤다.
고리 2호기에 이어 3·4호기와 한빛·한울·월성 등 줄줄이 예정된 9개 원전의 계속운전 심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의 모호한 원전 정책 기조를 두고 우려를 제기했던 원자력 업계는 한시름 덜었다는 반응이다. 백원필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려면 노후 원전 10기의 계속운전이 필수”라며 “고리 2호기가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ooki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