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0조 원이 넘는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할 계획인 가운데 주요 역할을 맡을 한국산업은행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미래차 등 12개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메가 프로젝트’를 선별해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최현희 한국산업은행 벤처투자2실장은 12일 “최근 벤처 투자 생태계의 가장 큰 변화는 스케일업(규모 성장)에서 국가별 산업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추진하는 신규 산업 정책들의 총합이 2019년 948건에서 이듬해 1644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3140건까지 폭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실장은 이 같은 상황 속에 각국의 국부펀드와 기업이 직접 운용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들이 새로운 시대의 핵심 투자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국부펀드나 CVC는 일반 벤처캐피털, 사모펀드(PE)와 달리 단순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기술 생태계 전체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기술 기업들이 기존의 민간 자본만으로는 ‘죽음의 계곡’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자금 압박을 견디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실제 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에서 CVC가 투자하는 비중은 2015년 약 10%에서 올해 상반기 42%를 넘어섰다. 그만큼 기업 투자가 중요한 시대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은 매출과 사업성 입증을 담당해줄 대기업과 함께 가는 게 좋고, 대기업도 기술 개발 측면에서 스타트업과 같이하자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 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대해 업계의 기대와 우려 모두 공감한다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산은이 75조 원을 마련하고 여기에 민간자금 75조 원을 매칭해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올해 말 출범한다. 그는 “반도체·AI·미래차 등 12개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큰 건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며 “지분 투자와 인프라 투·융자, 간접투자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에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사업성을 확보한 투자 기업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은 산은의 담당 부서에서 계속 확인하고 있다”면서 “투자 대상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술 기업의 인수합병(M&A) 등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계를 통해 자금 투입과 함께 벤처투자업계 전반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듣고 있다”면서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의 리스크에 대해 어떤 대비가 필요하냐는 현장의 질문에는 “미국의 투자자에게 한국 스타트업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기술은 빠지지 않는데 사업화와 마케팅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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