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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살리느라 GDP 年 10조 성장 기회 놓쳤다"

[한은 이슈노트]

유동성 지원이 '좀비' 생명 연장

수익성 악화→투자 부진 악순환

팬데믹 이후 퇴출율 0.4% 그쳐

고위험군 기업 제때 정리했다면

투자 2.8%·GDP 0.4% 더 성장

금융지원, 혁신 초기기업에 해야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연합뉴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추세적 둔화 현상을 겪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재무 건전성이나 실적으로 보면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정부의 금융 지원 등으로 연명하면서 혁신기업의 진입과 투자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라는 제목의 이슈노트에서 “경제위기 이후 성장 추세가 둔화된 가장 큰 요인은 민간투자 부진”이라며 “그 배경에는 부실기업의 미흡한 퇴출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외부 감사 대상 약 2200개의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0.1%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투자 흐름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은 투자가 정체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부진의 원인은 유동성 부족보다는 수익성 저하였다. 정부의 금융 지원 덕분에 당장 공장을 돌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워낙 수익성이 낮아 신산업에 투자할 여력은 부족했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은 경기 침체 시 부실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신생기업이 진입하는 시장 재편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금융위기와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와 미국의 폐업률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위기 시 폐업률이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한국은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의 금융 지원이 기업 퇴출을 막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한은 분석 결과 2014~2019년 국내 기업의 3.8%가 ‘퇴출 고위험군’에 속했지만 실제 퇴출된 비중은 2.0%에 그쳤다. 퇴출 고위험기업은 실제 퇴출기업의 재무 특성을 바탕으로 투기 등급 회사채의 1년 내 부도 확률(5%)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산정했다. 코로나19 이후(2022~2024년)에는 기업 퇴출 비율이 더 낮아졌다. 2014~2019년과 비교해 고위험군 비중은 3.8%로 비슷했지만 실제 퇴출 비중은 0.4%로 급감했다. 한은은 “한계기업은 같은 공급망 체인 내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경영 사정까지 악화시킨다”며 “이런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 있으면 신규 기업 진입을 저해하는 등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좀비기업’의 생존은 경제 전반의 투자와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퇴출 고위험 기업이 제때 정리되고 정상기업으로 대체됐다면 2014~2019년 투자 규모는 실제보다 3.3%, 국내총생산(GDP)은 0.5%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에도 투자 2.8% 증가, GDP 0.4% 상승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최근 2022년부터 3년간 평균 명목 GDP(2429조 7000억 원)를 기준으로 약 9조 7000억 원 규모다. 연 10조 원가량의 성장 기회를 놓친 셈이다.

연구진은 경제성장률 둔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기업 투자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퇴출과 진입을 통한 ‘정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주인공인 필리프 아기옹과 피터 하윗의 연구처럼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 기존 기업을 대체하는 과정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며 “금융 지원은 혁신적 초기 기업 등 유동성 한계기업에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생태계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산업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신규·혁신기업이 활발히 생겨나고 기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경제의 활력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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