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가 확산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실물경제보다 주택 시장만 자극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금리를 동결해 부동산발 금융 불안을 막으려 해도 과도한 주택 가격 기대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당국의 일관된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 시장 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분석 결과 국내 주택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는 ‘합리적 기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이 일부 조정을 거쳤음에도 상승 기대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그 배경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깊게 자리 잡은 ‘진단적 기대’를 꼽았다. 이는 경제주체가 과거 혹은 최근의 상승 경험만 선택적으로 기억해 경기 둔화나 금리 수준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믿는 편향된 기대를 뜻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5년 3월=100)는 지난해 6월 97.7에서 올해 9월 101.5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에서 1.7%로 둔화했다.
문제는 이런 진단적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부동산 쪽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모형 분석 결과 진단적 기대가 반영된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주택 가격은 합리적 기대 시보다 56% 더 높게 상승하는 반면 GDP·투자·소비는 각각 8%, 9%, 10% 더 낮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완화 기조로 전환해 올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하했으나 7·8월과 10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과열된 주택 가격 기대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동결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진단적 기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형성하지 않도록 주택 시장 관련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완화 시에는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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