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2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내 선사가 발행하는 채권과 항만·물류 인프라 투자 펀드 등에 각각 출자하기로 확정하고 일부 예산 배정도 끝냈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국내 중소·중견 선사 사이에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은행(IB)·운용업계에서도 해진공의 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해진공은 국내 해운사가 발행하는 지속가능연계채권에 약 8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내부 심사를 벌이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 3개 안팎의 국내 선사를 선정해 각각 200억~300억 원씩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 마감한 이 공모 사업에는 국내의 여러 중소·중견 선사가 지원하는 등 관심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진공은 최종 선정된 선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 특정 과제를 수행하면 금리를 깎아주는 형태로 이들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해진공은 항만·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는 전용 블라인드 펀드 조성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이 펀드 운용 규모를 최대 4000억 원으로 잡고 직접 2000억 원가량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복수의 국내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이날까지 공모 접수를 받았으며 곧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진공의 이번 출자는 지난달 회사가 공개한 ‘해운산업 위기대응 펀드’의 구체적인 실행 가이드라인이다. 해진공은 이 펀드를 해운산업 ESG지원 부문과 해운산업 구조혁신 부문 등 2가지로 나눠 운용한다는 방침인데 첫 투자처를 확정한 셈이다.
조성이 완료된 2조 원 규모 자금은 해진공의 핵심 자산이자 국내 최대 선사인 HMM(011200)으로부터 대부분 비롯됐다. 특히 HMM이 최근 마무리한 2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해진공은 약 91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일시에 확보한 바 있다. 또 현재까지 HMM으로부터 3000억 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누적 수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해진공은 자사주를 보유한 선사들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때 교환사채(EB)나 주가수익스와프(PRS) 같은 여러 구조화금융 기법을 활용해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변동을 앞둔 중견 선사들의 대주주·소수지분을 취득하거나 선박 인수금융을 지원해 안정적 경영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도 주요 구상 가운데 하나다. 현재 시장에서 SK해운과 현대LNG해운 등 주요 선사의 경영권 매각이 추진되는 중이다.
IB업계 일각에선 HMM의 신사업 추진에 이번 펀드가 일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해진공은 HMM 지분 약 35%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HMM은 현재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매우 높아 LNG나 벌크선 등 종류가 다른 해운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 물류·항만 인프라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HMM 내 유보 자금이 상당한 만큼 자체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해진공 인프라 펀드가 초기 투자하며 발판을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IB와 운용사들이 해진공 자금을 해운·항만 산업에 연결하기 위해 물밑에서 뛰고 있다”며 “투자가 완료되면 해운업계 내 공적 기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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