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조달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적격기관투자가(QIB) 원화 회사채 발행 규모가 총 60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확대를 위해서는 보험사가 보유한 QIB 채권을 대출이 아닌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이날 현재까지 발행된 원화 표시 QIB 채권 잔액은 총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QIB는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조달을 도우려는 취지로 2012년 도입됐다. 금융기관과 펀드·연기금을 비롯한 QIB만 참여할 수 있는 대신 증권 신고서 공시 의무와 전매 제한 조치를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QIB 채권 시장은 사실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과 2022년, 2024년 QIB 채권 발행액은 아예 0원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발행액이 2000억 원으로 늘었지만 이 역시 정책금융 기관의 지원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 당국은 올해 4월 회사채 발행액의 최대 80%를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하고 나머지는 한국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내용의 QIB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QIB 회사채는 직접투자 시장에서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창구 중 하나”라며 “금융 당국과 정책금융 기관에서도 육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융 규제가 QIB 채권 투자를 가로막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QIB 채권은 보험업 감독 규정상 사모 사채로 분류된다. 이 경우 대출로 간주되기 때문에 QIB에 투자하는 보험사는 별도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보험사들이 투자하는 QIB 채권을 유가증권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지만 현재까지도 관련 규제가 바뀌지 않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회사채를 발행하기보다는 은행을 통해 차입을 받는 것을 더 선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도 “보험사가 QIB 채권 시장에서 잠재적인 큰손인 만큼 QIB 채권을 유가증권으로 인정해주는 일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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