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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훼손된 화장품 팔았다고 징역 3년…기업인 경제형벌 8403개

■ 한경협, 경제법률 전수조사

경미한 경제법률 위반도 형사처벌

34%가 중복제재…최대 5중제재도

벌금형도 미납하면 노역장 처벌돼

중기·스타트업 등에 과도한 부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전경. 연합뉴스




#화장품을 판매하는 A 기업은 도매업체에서 납품받은 제품의 라벨 일부가 훼손된 사실을 알았지만 내용물은 정상이었다. 회사는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온라인을 통해 해당 화장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A 사 대표는 라벨 손상 화장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현행 화장품법 제36조는 용기나 포장이 불량해 해당 화장품이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으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판매를 하지 않아도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거나 진열만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들이 단순히 행정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미한 경제 법률 위반 행위에도 징역·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는 조항이 8403개에 달한다고 10일 밝혔다.

한경협은 21개 정부 부처에서 관할하는 346개 경제 법률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고 8403개 형사처벌 조항들 중 91.6%인 7698개는 법 위반자와 더불어 관련 있는 법인·사람까지 같이 형벌을 부과하는 양벌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법률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전체 대상(8403개) 중 2850개(33.9%)는 두 개 이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복 제재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2중 제재 대상만 1933개이고 징역과 벌금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3중 제재는 759개, 4중 제재는 94개, 5중 제재도 64개로 나타났다.

실제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중복이 많았다.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B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대책을 논의하려 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B 사 대표는 “최근 오른 알루미늄 가격을 반영해 납품 단가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정부 당국에 알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간담회에서 담합행위가 있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법 제40조에 따라 부당공동행위로 판단되면 B 사 대표는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최대 2억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져 4중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한경협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내리는 경영 판단조차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형벌 조항이 5553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냉동식품을 생산하는 C 사가 대표적이다. C 사는 납품하고 있는 한 대형마트가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자 하청 업체에도 “일정을 조금 앞당겨달라”고 요청했고 물건을 받아 해당 마트에 공급했다. 하지만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일상적인 거래 협의도 ‘제조 등의 위탁 또는 계약 내역을 변경하는 위탁’은 서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C 사는 100억 원에 달하는 벌금형을 받을 처지에 몰렸다. 하도급법 위반시 물품 대금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기업들이 행정 의무를 위반하는 수준의 행위도 ‘경제 범죄’ 또는 ‘경제 형벌’이라는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유해물질 무단 배출이나 조직적인 주가조작, 대규모 금융사기 등 시장경제를 흔드는 중대한 경제 범죄와 단순한 절차 위반 행위 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경미한 위반 행위에 대해 인신을 구속하는 징역형이나 미납하면 노역장에 처해지는 벌금형 같은 형사처벌 대신 행정제재에 해당하는 과태료 부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의 경미한 법률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음식점들이 신고 없이 업장 외부에 천막을 설치하거나 조리사가 아닌데 조리사라는 명칭을 사용해 영업하면 각각 징역 3년 이하의 형벌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은 법률 업무를 볼 인력조차 없다. 이 같은 제재가 가해지면 최악의 경우 폐업까지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한 경제 형벌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입장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 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행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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