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세라의 몸 값이 100억 달러 이상(약 14조 5000억 원)으로 올라간 것은 디앤디파마텍(347850)의 기술과 데이터가 녹아든 결과입니다. 빅파마의 자금력과 임상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면 새로운 비만약의 상용화 속도가 지금보다 몇 배 빨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슬기(사진)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비만학회 2025’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예전엔 상용화까지 열 걸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섯 걸음 정도를 한 번에 당겨온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빅파마가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을 운영하면 속도와 스케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특히 화이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없기 때문에 여러 물질을 병렬로 임상에 투입하며 속도를 낼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멧세라는 화이자와 노보노디스크의 치열한 인수경쟁 끝에 100억 달러에 화이자 품에 안겼다. 화이자는 올 9월 멧세라에 약 49억 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지만 노보노디스크와 인수경쟁을 벌이면서 약 두 달 만에 두배로 올랐다. 앞서 디앤디파마텍은 멧세라에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먹는 GLP-1·GIP 수용체 이중작용제 MET-GGo 포함 6종의 비만치료 물질을 약 1조 1000억 원에 기술이전했다. 멧세라는 경구용·주사형 비만·당뇨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아직 판매 중인 제품은 없다.
이 대표는 이번 인수에 대해 “기술 검증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화이자는 자체 경구용 GLP-1 프로젝트를 안전성 문제로 중단한 뒤 이를 대체할 후보로 디앤디파마텍의 오랄 파이프라인을 선택했다”며 “글로벌 제약사가 우리의 기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화이자는 인수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멧세라의 경구 프로그램이 위가 아닌 소장에서 흡수돼 음식·물 섭취 제한이 없고 반감기 극대화로 내약성과 생산 효율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먹는 비만치료제가 상업화하면 현재 주사형 일색인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비만치료제 경쟁 포인트가 ‘감량 폭 경쟁’에서 ‘유지력·편의성·경제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만 치료 초기에는 주사제를 통해 빠른 감량 효과를 얻은 후 일정 수준의 체중을 유지하는 단계에서는 월 1회 제형이나 경구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디앤디파마텍이 보유한 저용량·고효능 설계 기술과 플랫폼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경제성 때문이다. 현재 디앤디파마텍이 멧세라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새 비만약 후보물질은 생체 내 활성도가 높아 극소량에서도 유의미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비만은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생명을 좌우하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선택 치료 성격이 강해 사회적으로 약가 상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디앤디파마텍의 파이프라인은 나노몰 수준의 극소량 투여로도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생산 원가와 부작용 우려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은 현재 ‘DD01’을 활용해 체중·혈당·간 기능을 한 번에 개선하는 복합 대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DD01은 임상 12주 만에 환자의 50%에서 지방간이 정상화됐으며, 48주 생검 결과는 내년 2분기 이내 공개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관심 있는 기업들과 다각도로 협의 중이지만 데이터가 더 쌓이면 밸류가 더 점프할 수 있다”며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단 데이터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진행중인 비만·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외에 섬유화증·퇴행성 뇌 질환 등 분야로 개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기존 파이프라인 외에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 기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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