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은행서 나흘 만에 7.5조 빠져…증시로 '머니무브'

5대 은행 신용대출 이달만 1.1조 급증

수시예금 이탈액 이달 30조 달할 수도

마이너스 통장 이용해 투자자금 마련

부동산 투자 길 막혀 주식에 올인 분석도


은행권 자금이 증시로 나흘 만에 7조 6000억 원 넘게 이동하면서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과 주가지수 조정에도 코스피가 최근 3개월 새 20% 넘게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당분간 개인들의 위험자산 추구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6일 현재 105조 9749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 1419억 원 늘었다. 4영업일 만에 지난달 전체 증가액(9251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 당국은 은행 고객이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해 주식 투자에 나선 결과로 파악하고 있다.

은행 요구불예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6일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대비 6조 5000억 원가량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21조 8674억 원이나 줄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감소 속도가 약 1.7배 높다.

시장에서는 신용대출 증가액을 고려하면 최대 7조 6000억 원 상당의 은행 자금이 나흘 만에 주식시장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는 투자자 예탁금만 해도 5일 하루에만 1조 4383억 원 증가한 바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가 7일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에 10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줬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강력한 매수세를 형성하면서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이달 들어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7조 2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할 동안 개인투자자는 7조 4000억 원어치 순매수로 이를 받아냈다. 그사이 ‘빚투(빚내서 투자)’의 척도인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6일 기준 25조 8782억 원으로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저금리·고물가에 주식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증시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증시 상승과 맞물려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을 빼는 투자자는 점점 더 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월별 요구불(수시)예금 잔액은 9월만 하더라도 전월 대비 26조 원 늘었으나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진 지난달에는 21조 8674억 원 줄었다. 이달 첫 주에 나타난 감소(일평균 -1조 6250억 원) 흐름이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이달 전체 요구불예금 이탈 규모는 32조 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식 예금이나 급여 통장처럼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이다 보니 증시 급등에 따라 즉각적으로 자금 이탈이 일어난 것이다.



정기예금은 만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아직까지 요구불예금처럼 잔액 변동이 크지는 않다. 정기예금은 이달 들어 7조 2000억 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고물가에 실질 예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 매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주요 예금 상품 기본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2.05%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2.05%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2.15% △NH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2.15% 등에 불과하다. 각종 우대 항목을 더한 최고 금리도 2.6~2.65%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4%)를 감안하면 정기예금을 통해서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기 어렵다.

79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평균도 2.67%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금융권에서는 연말에 쏠린 예금 만기에 맞춰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새어나온다.

은행에서 대출을 일으켜 주식에 투자하는 일까지 늘면서 머니무브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월별 증가액 추이를 보면 9월(-2711억 원)만 하더라도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9251억 원으로 상승 전환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나흘 만에 1조 원을 넘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기업공개(IPO)가 없는데도 신용대출이 단기에 조 단위로 불어나는 일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급등장 속에 자신만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일명 포모(FOMO) 심리까지 퍼지면서 신용대출을 찾는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 시장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공포가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개설해둔 마이너스통장을 동원해서라도 투자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 진입 문턱을 바짝 높이면서 주식 이외의 다른 투자 선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점도 머니무브를 키우고 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보면 이달 6일까지 지난달 말 대비 30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6·27 대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한 달 사이 6조 원 가까이 늘기도 했지만 하반기 들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바닥을 기고 있고 대출 규제로 부동산 구매도 어려워진 상황이라 증시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면서 “주식시장이 단기 조정을 받을 때 일시적으로 은행권으로 자금이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자금 이탈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서 나흘 만에 7.5조 빠져…증시로 '머니무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