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사업지원실을 신설하고 박학규 사장을 실장에 임명하면서 그의 향후 행보에 삼성뿐 아니라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실장이 사업 전략과 인사·경영진단을 총괄하는 새 수장에 오르면서 조만간 단행될 삼성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큰 폭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영 전략에 정통한 박 실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모바일 등 사업 전반에 해박하고, 특히 기술 경영을 중시해 엔지니어 출신 전문가들을 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박 실장은 사업지원실이 새로 꾸려지면서 이 회장의 쇄신 의지를 담은 사장단 인사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 사장은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을 실현할 인사 키워드로 기술 경영과 쇄신을 꼽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올 초 진행된 삼성 그룹 전체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의 2인자로 불리며 8년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왔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박 사장이 사업지원실장에 오른 배경에도 이 회장의 이 같은 쇄신 및 기술 경영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박 실장은 경영 전략은 물론 기술에도 해박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담당 임원을 거쳐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사업지원TF 사장을 역임할 만큼 경영 전반에 출중한 전략가로 사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실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소프트웨어(SW)를 연구하는 경영과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그는 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설계 등을 두루 공부하며 연구해 공학자 이상의 이공계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무선사업부(IM)를 통합·관할하는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잇따라 역임하며 기술 경영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를 한층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실장은 이 회장의 인재 제일 철학과 ‘인공지능 전환(AX)’ 의지에 맞춰 AI 및 반도체 기술 혁신을 이끌 엔지니어 출신 사장과 임원들을 전면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AI칩 기업인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고 6세대 HBM4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샘플을 납품하고 공급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단행될 사장단 인사에서 HBM 등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회복하고 AX를 선도할 조직 개편과 인사 중용이 예상된다. 이 회장의 ‘뉴삼성’이 회사의 양대 축인 DS와 DX부문에서 주요 사장을 50대로 배치하는 세대교체로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 올 상반기 기준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9.7세다. 과거 권오현 부회장이 용퇴하며 1960년대생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처럼 박 실장이 DS와 DX부문 세대교체를 이끌며 대내외적으로 강한 쇄신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능력주의 인사에 따른 여성 사장의 추가 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 사장 중 여성은 이영희 브랜드 전략위원 1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실장이 새로 선임된 사업지원실 인사팀장과 기술 경영 및 경영 쇄신을 가속화할 사장단 인사의 밑그림을 새로 그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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