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절반 이상의 기업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업종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잇따랐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이내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47곳 가운데 147곳이 7일까지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 중 88곳(약 59.9%)이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돌았거나 적자 폭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10% 이상 초과한 기업은 50곳(34.0%)으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낮거나 적자 전환·확대된 기업은 59곳(40.1%)이었으며, 10% 이상 하회한 ‘어닝 쇼크’ 기업은 28곳(19.0%)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들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 총합은 59조 2737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였던 55조 9697억 원을 약 5.9% 웃돌았다. 전반적인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넘는 주요 기업 중에서는 조선업계의 HD현대미포(010620)가 가장 큰 괴리율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을 1161억 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발표된 실적은 2008억 원으로 전망치를 72.9% 상회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5735억 원으로 전망치(3332억 원)를 72.1% 웃돌았다. 배터리와 석유개발 부문 실적이 다소 둔화됐지만, 석유·화학·윤활유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대형주 가운데서는 삼성전자(005930)가 17.5%, LG전자(066570)가 13.9%, LG이노텍(011070)이 10.3% 각각 전망치를 상회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며 업종 회복세를 이끌었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10.7%, 포스코퓨처엠이 164.7%, 엘앤에프가 110.7%, 에코프로비엠이 22.4% 각각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음에도 소재 효율 개선과 공정 최적화가 이익률을 방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영업이익이 1371억 원으로 전망치(2833억 원) 대비 51.6% 낮았다. 증권가는 주가 급등에 따른 장기 성과급 지급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272210)(-45.0%), 풍산(103140)(-40.5%), 한국항공우주(047810)(-19.8%) 등 일부 방산 기업들도 어닝 쇼크를 겪었다. 이밖에 기아(-27.8%), 한화오션(-17.8%), 호텔신라(-39.2%), 현대백화점(-10.4%), 달바글로벌(-30.9%) 등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업종별로는 화학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3분기 영업이익 발표치가 시장 전망치를 평균 34.6% 상회했다. 이어 유통(+11.4%), 제약(+10.5%), 일반서비스(+9.1%), 건설(+8.8%), 전기전자(+7.4%), 금융(+7.3%), 통신(+5.4%) 업종이 순차적으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반면 기계장비(-25.4%), 오락문화(-7.9%), 운송장비 및 부품(-6.0%) 업종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증권사들은 내년도 실적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개선세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들의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10월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의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286조 원, 2026년은 350조 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각각 294조 원과 405조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최근 실적 개선 속도가 단기간에 이뤄진 점이 국내 증시 상승세를 가속화한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영업이익은 최근 한 달 사이 15% 상승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실적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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