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과 쇳소리를 예상했지만 변압기 공장 내부는 거대한 ‘목재 공방’에 가까웠다. 5일 방문한 일진전기(103590) 충남 홍성공장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작업이 진행됐다. 변압기 외관만 보면 내부도 구리와 철재 물질로 가득할 줄 알았지만 정반대였다. 변압기 내부는 전기가 통하는 걸 막기 위해 구리선은 스위스산 특수 절연지가 둘둘 말려있었고, 그 사이는 목재 구조물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작업자들이 설계도면을 보며 이 모든 일을 손수 했다. 0.23밀리미터(㎜)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한 층 한 층 오차 없이 쌓아 올리는 공정 역시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송·변전 핵심 설비다.
일진전기는 5일 홍성공장 변압기 2공장 완공 1주년을 맞아 언론 공개 행사를 가졌다. 미국과 유럽, 중동에 수출하는 초고압 변압기부터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두루 쓰이는 중소형 변압기의 제작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우선 방문한 건 2공장이다. 700억 원이 투입돼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올해로 운영 1주년을 맞은 새 공장이다. 공장으로 들어가기 전 먼지 제거를 위해 에어 샤워를 거쳐야 했다. 내부에서는 345킬로볼트(㎸) 이하 중소형 변압기 제작이 분주했다. 2인 1조로 구성된 작업자들이 코일 감기(권선) 작업에 한창이었다. 김정찬 일진전기 변압기사업부장(상무)은 “변압기는 동일한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 며 “고객 요구에 맞춰 100% 수작업으로 제작된다”고 강조했다.
2공장을 지나 1공장으로 발을 옮겼다. 층고 34미터의 거대한 공장 안에는 집채만 한 변압기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높이 20m에 운송 중량만 130톤에 달하는 500㎸급 미국 수출 물량부터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뎌야 하는 400㎸급 쿠웨이트 분로 리엑터까지 육중한 변압기들이 다음 공정을 기다렸다. 철심과 권선 조립체(중신) 작업이 끝나자 전기의 적(敵)인 수분을 빼내는 진공 건조 공정이 이어졌다.
일진전기 홍성공장의 가동률은 80%(생산 역량 대비) 수준이다. 경쟁국인 미국과 유럽의 평균 가동률(60~70%)을 크게 앞선다. 준공 1년밖에 안돼 공장이 막 안정화 국면에 들어선 것을 고려하면 ‘풀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유상석 일진전기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출현, 기존 전력망 교체 주기까지 맞물리며 전력 산업이 ‘메가 트렌드’를 맞았다”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요는 이미 숫자로 드러난다. 일진전기는 전력 슈퍼사이클에 상반기 총 수주액이 785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960억 원)를 넘어섰다.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 시장에 신규 진출하고 미국 동부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500㎸ 초고압 변압기 프로젝트도 새로 따냈다.
일진전기는 앞으로 더 많은 물량이 수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기업들이 잦은 고장과 미흡한 사후 대응으로 신뢰를 잃어 공급자가 제약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기술력을 갖춘 HD현대·효성·LS 등 국내 초고압 변압기 3사가 주 공급자다. 일진전기는 2공장 증설을 발판 삼아 3사가 주도하던 시장에 본격 뛰어들며 ‘초고압 4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홍성 1·2공장은 연간 240대의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다. 김 상무는 “(2공장 운영 효율이 더 높아지면) 내년에는 가동률이 90~95%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대표는 추가 증설 계획에 대해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업은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퍼레이션과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음 투자 역시 실효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gap@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