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전인미답의 4000을 넘어선 이후에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해외에 상장된 ‘한국 지수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 열기가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배까지만 허용되는 레버리지 한도에 묶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서학개미의 자금이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품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4.37포인트(2.78%) 오른 4221.87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4000선을 넘어선 지 5거래일 만에 4200까지 돌파하면서 거침없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오름폭은 올 4월 10일(151.36포인트)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국내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3.35%, 10.91% 상승해 ‘11만 전자(11만 1100원)’ ‘60만 닉스(62만 원)’ 고지에 올랐다. 양 사 모두 3분기 기록한 호실적에 이어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과 인공지능(AI) 협력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두산(101만 8000원)도 7.27% 상승해 100만 원 선을 넘어서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서학개미는 코스피가 4000, 4100을 잇달아 돌파한 지난주(10월 27~31일)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즈(KORU)’ ETF를 약 1258만 달러(약 180억 원) 순매수했다. KORU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MSCI 코리아 25/50 지수를 정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ETF로 코스피 시장 주요 대형주와 중형주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품이다.
KORU가 추종하는 MSCI 코리아 25/50 지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KB금융(105560)·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네이버(NAVER(035420)) 등 국내 대표 기업 81개로 구성돼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은 해당 지수에서 각각 23.65%, 13.02%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24.83%, 56.76%에 달한다. 이 같은 반도체 대장주의 급등세에 힘입어 연초 대비 KORU의 수익률은 425.38%를 기록했고 올해 전체 미국 증시 상장 ETF 중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이는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해외에서라도 시장의 수익률을 더욱 크게 누리려는 투자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외 상장 상품을 통해 국내에서는 직접 접근할 수 없는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에 우회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진 셈이다. 하루 단위로 3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구조 특성상 복리 효과로 인한 괴리나 손실 누적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도, 강세장 국면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서학개미의 매수세가 집중된 모습이다.
지수형이 아닌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레버리지 ETF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달 16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상장된 CSOP자산운용의 ‘SK하이닉스 데일리 2배 레버리지 ETF’가 대표적이다. 상장 이후 보름 동안 약 395만 달러의 순매수액을 기록했으며 이는 10월 홍콩 증시 전체 ETF 순매수액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데일리 2배 레버리지 ETF’도 올 5월 상장된 이후 누적 순매수액이 256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주식형 ETF에 10개 종목 이상이 담겨야 하고 종목당 비중도 30%를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단일 종목 기반 레버리지 상품은 출시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내 주식시장의 ‘빚투’ 잔액도 동반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5조 5269억 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는 2021년 9월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5조 6540억 원)에 근접한 규모다. 증시 급등세가 멈추지 않자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에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85조 4569억 원으로, 5거래일 연속 80조 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 엔비디아의 AI 칩 26만 장 공급 발표 등으로 국내 증시에 훈풍이 지속되고 있다”며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250여 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 종목 수는 650여 개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어 기대감에 따른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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