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장이 사용자 확대에서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양상이다. 월 20달러 남짓의 구독료만으로 수익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AI 서비스에 기꺼이 거액을 부담할 기업 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8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한 오픈AI가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앤스로픽과 구글 등은 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사업을 키우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오픈AI는 GPT-5 기반 보안 전문 에이전트 ‘아드바크(Aardvark)’를 공개했다. 아드바크는 프로그래밍 소스 코드를 실시간 분석해 취약성을 파악하고 해킹 가능성이 보이면 즉각 보완 패치를 제안해준다. 서버에 대한 외부 해킹을 막는 것을 넘어 버그를 찾아내 프로그램 설계 단계부터 취약점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오픈AI는 “기존 프로그램 분석 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AI 기반 추론으로 코드 동작을 이해하고 취약점을 식별한다”며 “보안 연구원이 코드를 분석하고 점검해 버그를 찾는 방식과 같다”고 설명했다.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리는 앤스로픽은 금융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앤스로픽은 올 7월 시범 공개한 ‘클로드 포 파이낸셜 서비스’에 여섯 가지 금융 특화 ‘에이전트 스킬’을 선보였다. 할인현금흐름(DCF) 모델 생성, 기업 비교 분석, 실적 발표 요약, 기업 분석 리포트 작성 등에 최적화한 AI 모델이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무디스, 아이에라 등 금융 업체와의 파트너십도 공개했다. 7월 S&P캐피털IQ·팩트셋·피치북 등과의 협업에 이어 금융권 내 협업 상대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
구글은 AI 제미나이 사용자 확대를 위해 이동통신사와 손잡았다. 이날 구글은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의 18~25세 가입자에게 AI 프로 요금제를 18개월간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향후 모든 지오 가입자에게 AI 프로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미국에서 월 20달러인 서비스를 인도 내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구매력이 낮은 인도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대신 이동통신사와 협상으로 사용자 기반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린 셈이다.
멘로벤처스는 올해 생성형 AI 매출이 총 138억 달러로 그중 84억 달러가 기업용 앱인터페이스(API)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 7월 기준 B2B API 시장점유율은 앤스로픽 32%, 오픈AI 25%, 구글 20%로 잠정 집계됐다. 2023년 점유율은 각각 12%, 50%, 7%였다. 테크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AI가 소비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앤스로픽은 높은 신뢰성을, 구글은 플랫폼·클라우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B2B 시장을 선제 공략하며 ‘내실’을 챙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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