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가졌다. 정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앞서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단독 면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는 기존 에너지 중심의 산업구조를 제조업·수소에너지 등으로 다변화하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는 만큼 자동차·건설·철강 사업을 아우르는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범위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7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 리츠칼튼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자동차 산업과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를 전하며 사우디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협력 파트너로서 현대차그룹이 진행 중인 협업 사업들과 구상 등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사우디 ‘비전 2030’의 의미와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있는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가 프로젝트는 네옴시티 건설 등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정 의장은 사우디에 건설 중인 ‘HMMME(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와 관련해 “사우디 산업 수요와 고객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특화 설비를 적용한 맞춤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현대차그룹은 도요타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도요타의 현지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23만4560대(점유율 28.0%)이며 2위 현대차(13만 5878대, 15.6%)와 3위 기아(6만 3637대, 7.6%)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보다 5.9% 늘어난 21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최초의 현대차 생산 거점인 HMMME 건설을 결정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70%, 현대차가 30%의 지분을 투자했다. 5월 착공에 들어갔고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는 5만 대로 전기차·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하게 된다.
정 회장은 이번 면담에 앞서 26일 킹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있는 HMMME 신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사우디 생산 거점 구축은 현대차가 중동에서 내딛는 새로운 도전의 발걸음”이라며 “고온·사막 등 이전의 거점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빌리티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부문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브랜드 호감도를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안정적인 공급과 전기차,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친환경 신차 출시로 사우디 고객을 적극 공략하고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기아도 올해 출시한 타스만을 플래그십 모델로 육성하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공급을 확대한다.
정 회장과 빈 살만은 미래 모빌리티 및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수소, SMR, 원전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사우디 주요 기관 및 기업 등과 모빌리티·스마트시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사우디 네옴 측과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 모빌리티 실증 사업을 실행했다. 5월에는 네옴 중심 업무지구와 해발 2080m에 위치한 트로제나 고지대를 잇는 구간에서 유니버스 수소전기차(FCEV) 주행에 성공하며 수소 모빌리티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기아는 사우디 기가 프로젝트 개발사 중 하나인 RSG와 PV5 실증 사업을 9월 개시했다. RSG는 홍해 및 사우디 서부 해안의 자연친화적 럭셔리 리조트 및 웰빙 관광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는 PV5 패신저 모델을 앞세워 관광 단지에 최적화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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