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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중요성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




시장이 흔들리면 자산도 흔들리고, 마음은 더 크게 출렁인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 비중이 늘어나고, 급락하면 반대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처음 세운 목표가 어긋나게 된다. 바로 여기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필요가 시작된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처음에 약속한 비중으로 되돌리는 규율에 가깝다. 예컨데 주식과 채권을 50대50으로 정했다면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원래 비중으로 복구시키는 일이다.

장기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대개 이런 단순한 규율이다. 예일대 기금운용을 이끈 데이비드 스웬슨은 리밸런싱을 “고평가된 자산은 줄이고, 저평가된 자산은 늘리는 규칙 기반의 역발상”으로 설명했다. 목표 배분을 지키는 행동이 과도한 위험을 본래 범위로 되돌리고 변동성 국면에서 ‘낮게 사서 높게 파는’ 동작을 반복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장기 누적수익의 궤도는 더 완만하고 안정적으로 다듬어진다.

실제로 스웬슨은 미국 퇴직연금사업자인 TIAA의 확정기여(DC)형 가입자의 포트폴리오를 1992~2002년 10년 간 추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리밸런싱을 수행한 포트폴리오가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매년 주식 51%, 채권 49%를 유지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6% 대 8.2%, 최종자산은 원금 대비 2.29배 대 2.19배로 집계됐다. 수치 차이는 한 해로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격차가 커지게 된다.



이처럼 운용성과를 끌어올리려면 주식·채권 비중을 정기적으로 원위치시키면 된다. 분기나 연 단위로 점검 주기를 정하고, 목표에서 벗어나면 포트폴리오 비율을 조절한다. 매수·매도가 부담스럽다면 현금흐름을 이용한 리밸런싱 방법도 있다. 매달 추가입금·배당·이자에 대한 재투자 분을 비중이 부족한 자산으로 우선 배정하면 굳이 매매를 자주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대부분이 이런 간단한 규율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DC형 가입자 중 분기 1회 이상 운용지시를 하는 응답자는 38%에 불과했고, 약 20%는 가입 이후 한 번도 운용지시를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무관심, 시간 부족, 변동성에 대한 두려움이 이유로 보인다. 그렇다고 소중한 포트폴리오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만약 직접 관리가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나 밸런스드 펀드처럼 포트폴리오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자산배분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이다. 규율을 자동화하면 감정의 개입을 줄이고, 장기 목표를 일관되게 따라갈 수 있다.

시장의 변동이 클수록 리밸런싱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오늘 포트폴리오를 열어 처음 세운 목표와의 괴리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점검 주기를 정하고 다음 자금 유입·유출 시 어느 자산에 우선 배분할지 원칙을 적어 두자. 리밸런싱 전략은 단순한 역발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장기 목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집념이다. 그 꾸준함이 당신의 연금 성과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안전벨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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