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쿠팡 퇴직금 미지급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상설 특별검사팀 가동을 결정하면서 특검에만 120명 안팎의 검사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안마다 특검을 띄우는 ‘특검 만능주의’가 반복되면서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물론 대검찰청의 감찰 기능까지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김건희·해병 특검에 이어 상설 특검까지 추가로 가동되면서 총 119명의 검사 인력이 한꺼번에 특검에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내란 특검에는 56명, 김건희 특검 42명, 해병 특검 16명이 투입돼 있으며 상설 특검에는 5명의 검사가 새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는 인천지검(정원 115명)이나 수원지검(정원 114명) 등 지방 대형 검찰청 한 곳의 검사 인력과 맞먹는 규모다. 일선 청의 한 검사는 “중간 허리급 검사들이 대부분 특검으로 파견된 상황이라 이제는 더 보낼 만한 인력 자체가 없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보낼 사람은 다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검사 인력이 대거 특검으로 빠져나가면서 민생 범죄 수사가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7만 3395건이었으나 8월 말에는 9만 5730건으로 두 달 새 2만 2335건(30%) 증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인력난에 대한 불만과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24일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를 못 믿는다며 특검을 하면서 정작 그 특검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다시 파견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박철완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도 “특정 사건의 성격을 수사 개시 이전부터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행위가 과연 온당한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상설 특검 결정이 감찰 절차를 건너뛰고 특검을 우선하는 수사 관행을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적 문제 제기만으로 특검이 자동 가동되는 구조가 고착되면 특검이 ‘예외적 수단’이 아닌 상시 수사 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두 사건 모두 대검찰청 감찰부가 이미 감찰을 진행 중이던 사안이었다. 특히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경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올 7월 대검에 감찰을 지시했고 대검 감찰부는 8월 전담 조사팀을 꾸려 남부지검 수사관들을 입건하며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대검은 “윗선의 지시나 고의는 없었다”며 관리 과정에서의 실무상 과실만 있었다는 감찰 결과를 법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퇴직금 외압’ 의혹 역시 대검 감찰부가 20일 부천지청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해 검사들의 업무용 PC와 내부망 메신저 대화 기록을 확보하고 관련 정황을 면밀히 살펴보던 중이었다.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으로 전환된 것은 감찰 시스템을 무시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수처 ‘패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애초 고위공직자의 권한 남용과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공수처가 이번 사안에서 아예 손을 놓는다면 기관의 존재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이 검사 등으로 한정돼 띠지를 분실한 수사관은 포함되지 않지만 이번 의혹의 초점은 하급자가 아닌 윗선의 개입 여부에 맞춰져 있다. 한 전직 고위 검찰 간부는 “정치권의 문제 제기만으로 감찰을 생략하고 특검으로 직행하는 선례가 굳어질 경우 감찰·공수처·특검 간 권한 구분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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