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와 미국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의 협력은 한국 조선 업체가 미국 군함을 공동 건조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이 함정 건조 단계로 발전한 만큼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 업체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HD현대는 26일 미 HII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미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와 건조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 조선 업체가 미국 군함을 건조하는 첫 사례다. 군수지원함은 작전 해역에서 전투함에 연료 및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함정으로 차세대 함정은 기존보다 기동성이 높고 효율적이어서 미 해군의 보급·물류 능력 현대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두 회사는 미국 내 조선 생산 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 투자하고 향후 선박 엔지니어링 합작사 설립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선과 군함 분야 전반에 건조 비용과 납기 개선을 위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HD현대는 4월 HII와 ‘선박 생산성 향상,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HD현대는 실무진이 잉걸스 조선소 등을 찾아 기술 협력 및 제조 공정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으며 그 결과 군함 건조와 향후 공동 투자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HD현대는 그동안 미국 군함 발주 증가에 대비해 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해 함정 건조 역량을 통합하고 서버러스캐피털·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비해왔다. 여기에 HII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든든한 파트너를 확보하고 미국 내 사업 기반도 속도감 있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HD현대와 손잡은 HII는 미 최대 군함 설계·제조 기업으로 미시시피주와 버지니아주 등 2곳의 조선소를 운영 중인데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대형 상륙함과 대형 경비함은 물론 미국에서 유일하게 핵항공모함을 설계·건조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조선업계의 핵심 기업이다. HD현대는 HII 조선소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 간 조선 협력 단계가 단순한 MRO에서 공동 건조까지 확장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행법 상 미 군함의 해외 건조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한화오션(042660)처럼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든지 설립해야 할 텐데 국내 조선업계의 진출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과 미국의 협력 관계가 깊어질수록 중국의 견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 5곳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는데 미국 조선·해운 프로젝트에 협조했다는 이유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제재 범위를 한국 조선사로 확장할 경우 중국 기항 비중이 높은 선주사들의 한국향 발주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국내 조선사의 중국산 기초 기자재 조달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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