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중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꼽히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면역항암치료 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분당서울대병원 서경진·김지현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전승혁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액검사로 면역항암치료 효과가 낮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유방암은 암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아형에 따라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형(HER2) 등 종양의 유전자 아형 존재 유무에 따라 유형을 구분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이들 3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형이다. 전체 유방암의 약 15%를 차지하고 특히 40대 이하 연령에서 발병률이 높다. 국내 환자는 연간 4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진행이 빠르고 수술 후 재발·전이도 잦아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흔히 쓰이는 호르몬 치료나 표적항암제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부작용이 큰 세포독성항암제에 의존해야 하다보니 상대생존율이 약 70%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유방암의 생존율이 95%임을 감안하면 예후가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최근에는 면역세포를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면역항암제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마저도 치료 효과의 개인차가 크다. 수개월 치료 끝에야 반응이 미미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환자가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진행성 유방암에 대한 PD-1 기반 면역항암요법 초기 단계에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에리불린 병용요법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65명의 혈액 속 면역세포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면역항암 치료 효과가 거의 없었던 환자들은 치료 1주차부터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종양특이성과 연관된 조절 T세포의 증식이 두드러졌다. 면역세포가 암을 파괴하도록 하는 면역항암제의 기전에 저항하는 반응이 치료 초기부터 관찰된 것이다.
반면 치료 1주차에 조절 T세포 증가가 관찰되지 않은 환자는 이후에 종양이 줄어드는 반응을 보였다.
혈액 속 조절 T세포가 면역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환자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항암치료에 시간과 체력을 허비하지 않고, 더 적합한 치료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경진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공격성이 매우 높은 난치성 유방암으로,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빨리 찾는 것이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이번 연구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면역항암 치료 반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가 수행한 다기관 임상시험 ‘코넬리아(KORNELIA)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미국암학회의 공식학술지인 ‘임상 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한국을 빛낸 사람들’ 우수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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