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선대회장의 5주기를 앞두고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유산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비롯해 1조 원대의 의료 기부는 ‘KH(Lee Kun-Hee) 유산’으로 불리며 건강한 기부 문화의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4일 이 선대회장 5주기 추도식이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엄수된다고 23일 밝혔다. 추도식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028260)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유족이 참석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150여 명도 선영을 찾는다. 이 회장과 사장단은 추도식 후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5주기를 맞아 고인이 사회에 남긴 유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2021년 대규모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당시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 마련 대신 기증을 택해 세간의 예상을 깼다. 사회 환원의 핵심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 점 기증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품 기증은 우리나라 미술계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건희 컬렉션’은 다음 달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내년 영국 대영박물관 등 해외 순회전도 앞두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 보존을 시대적 의무로 강조한 이 선대회장의 철학이 이어진 결과다. 고인은 생전 백남준·이우환 등 예술인을 후원하고 삼성호암상 예술상도 제정했다.
의료 공헌 1조 원 기부 역시 KH 유산의 한 축이다. 유족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3000억 원, 감염병 극복 인프라 구축에 7000억 원을 기부했다. 소아암 기부는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을 사명으로 여긴 고인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기부금 3000억 원을 토대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했다. 현재까지 누적 환아 2만 2462명이 지원을 받았으며 사업은 2030년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10월에는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이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환아들을 격려했다.
감염병 극복 기금 7000억 원은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쓰인다. 5000억 원은 2028년 완공 목표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되고 2000억 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연구 시설과 백신 개발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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