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오후 4시 40분, 울산 남구 삼산동으로 향하는 택시 안. 30대 여성 A씨는 또 다른 호텔로 이동하라는 ‘검사’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울산경찰청 강력계 경찰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즘 셀프감금 수법이 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호텔에 격리시켜 5000만 원까지 송금하게 만드는…….”
A씨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라디오 속 상황이 자신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틀 전, 모든 것이 시작됐다.
사건은 9월 23일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법원등기 배송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라며 검찰사무관을 사칭한 조직원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이어 검사라고 주장하는 범인이 등장했다. A씨를 범죄 연루 혐의자로 몰아가며 정교한 시나리오를 펼쳤다. “자금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 출입이 승인되지 않아 임시 보호관찰이 필요하다”고 속였다.
범인들은 가짜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위조된 구속영장과 거래내역을 보여줬다. A씨는 지시에 따라 휴대폰을 추가로 개통하고 부산과 울산 호텔 2곳에서 이틀간 ‘셀프감금’ 상태에 있었다. 이 날은 호텔을 옮기던 중이었다.
TBN울산교통방송은 지난 5월부터 매월 1회 보이스피싱 특집을 편성해왔다. 실제 범인 음성과 최신 수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바로 그 방송을 택시에서 들은 A씨는 자신의 상황과 동일함을 즉시 알아챘다. “비용은 추후 정산된다”며 숙박업소 입실을 지시받은 것, 휴대폰을 추가 개통한 것, 모든 게 일치했다.
A씨는 택시 기사에게 “경찰서로 가 달라”고 요청했다. 5000만 원을 송금하기 직전이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의 예방 효과가 실제로 입증된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민 대상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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