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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이웃사촌’ 국제행사…미래 준비한 ‘상상력’이 승부 갈랐다[전남톡톡]

■여수·순천 '박람회' 엇갈린 사후관리

여수박람회장 사후 활용 참패 '적자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그 감동 그대로

오천그린광장·그린아일랜드 킬러 시설

저류지 정원으로 아스팔트 잔디밭으로

여수세계박람회장 전경. 13년 동안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적자 운영에 시달린 여수세계박람회장은 결국 지난 2023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운영권이 넘겨졌다. 사진 제공=여수광양항만공사




2012여수세계박람회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한때는 전남 최대 도시를 두고 자웅을 겨뤘던 이웃사촌 여수·순천의 대표적 국제행사다.

당시 상황을 놓고 보면 이 두 국제행사는 모두 성공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이를 활용한 두 도시의 미래 준비는 확연히 차이가 나 보인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이를 기점으로 여수는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기여했다. 세계 10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8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면서 여수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여수시는 2012년 개최 당시 1조 7921억 원을 투입해 박람회장을 조성했다. 이 시설들은 KTX 역 바로 앞에 위치해 최적의 교통 여건을 갖췄지만, 활용 방안 부재로 방치됐다. 운영비는 매년 100억 원 이상 들지만 임대 수익은 70억 원에 불과해 적자가 누적됐고, 결국 2023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운영권을 넘긴 상황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 등을 위해 20억 원을 들여 11월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기대감 보다 우려감이 더 높아지고 있는 야속한 현실이다.

지난 18일 오천그린광장에서 열린 올텐가 시그니처 콘텐츠인 캐릭터 드론쇼 모습.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순천시 오천그린광장 일대에서 개최된 ‘제2회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in 순천, 올텐가’가 관람객 23만여명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성공적인 막을 내렸다. 사진 제공=순천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 박람회에는 1000만 명이 육박한 관람객이 다녀가며 같은 해 열렸던 잼버리 사태와 비교되면서 대한민국 국제행사의 한 획을 그었다. 여전히 그날의 감동은 고스란히 이어지며 기획한 프로그램마다 연일 흥행 신기록이다. 알록달록 봄꽃과 화사한 여름꽃, 억만송이 가을꽃을 보기 위해 가족과 연인, 친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람객들은 지역경제 활력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수박람회와는 달리 확실한 킬러 기반시설을 확충했다는 점이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중심에는 미래를 내다본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가 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길로 탈바꿈시킨 그린아일랜드와 저류지를 정원으로 바꾼 오천그린광장은 대규모 공연이 이어지며 시민들에게 없어선 안 될 문화향유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그린 아일랜드는 순천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순천시는 기존 아스팔트 위에 흙(10㎝), 자갈(20㎝), 모래(30㎝) 등을 덮은 뒤 잔디길을 만들었다. 그동안 4차선 도로인 남승룡로로 단절됐던 국가정원과 도심을 잔디밭으로 연결한 결과물이다.

처음 그린 아일랜드 조성 당시에는 이 도로를 주로 쓰는 주민들(도사동)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아스팔트가 사라지다 보니 기존보다 시간이 더 걸려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지 지역 발전을 위한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순천 발전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시민의식은 놀라운 변화를 불러온다. 당초 그린 아일랜드 철거를 주장했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도사동 주민들 마저 이제는 “차량이 달리던 시커먼 도로 대신 녹색쉼터가 생겼다”는 강한 자부심과 함께 순천시민들은 “도심 속 힐링공간을 존치하자”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정필 여수시의회 의원이 지난 21일 열린 제25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여수의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며, 시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 제공=여수시의회


미래를 준비 못한 여수.

민선 8기 들어 점점 격차가 벌어지더니, 이제는 명실상부 전남 제1의 도시는 순천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로 점점 각인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최정필 여수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일 열린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여수의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며 “정기명 여수시장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과감한 혁신으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는 등 시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여수는 한때 전남 제1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상권 침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수국가산단은 불황의 늪에 빠지고, 도시 경쟁력 지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코스트코, 55년 동안 함께했던 여수MBC 순천 이전 등 순천과 비교하며, 여수시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선 8기가 들어서자 마자 여수는 전남 제1의 도시는 커녕 ‘혼밥 홀대·걸레수건’에 따른 관광 위기에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 무너진 주력산업 석유화학에 청렴까지…. 옆동네와 가뜩이나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히기가 힘겨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 여수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국회의원(여수을)은 옆동네 순천의 민선 8기 현직 단체장(노관규 순천시장)을 국감 증인으로 못 세워 안달이다. 이미 지난 국감 때 순천시정 질문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며 국장장이 아닌 순천시의회 본회장으로 변질 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일각에서는 “냉정하게 말해 자기동네에서도(최정필 여수시의원 등) 순천을 인정하고 있는 판국에, ‘순천 국감’이 아닌 위기의 연속인 ‘여수 국감’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싸늘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옆동네 국회의원의 행위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 눈과 귀가 닫혔을까.

정치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여론이다. 아무리 힘으로 제압 하려 하더라도 뜻 데로 되지 않는 것이 여론이다.

감언이설.

“듣기 좋은 말과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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