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감금·폭행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범죄의 배후로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지목되고 있다.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은 대형 범죄 단지를 소유하며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2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프린스그룹은 중국계 사업가 천즈(38)가 설립한 기업으로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프린스그룹은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으며 특히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이 그룹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기도 했다.
국내 은행이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은행 중 캄보디아 프린스그룹 간 거래 내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 4500만 원에 달하며 9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프린스그룹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린스그룹이 직접 범죄 단지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면 후이원은 범죄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돼 있는 회사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비정부 기구인 글로벌이니셔티브(GI-TOC)가 올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해왔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후이원이 라자루스의 자금을 세탁해주는 대신 불법 사기 온라인 사이트 제작 등을 라자루스에 맡겼다는 의혹 또한 제기된다. 후이원은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북한이 규제를 우회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후이원에 대한 제재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5월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후이원그룹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금융기관으로 지목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 차단 결정을 내렸다. 이보다 앞서 3월에는 캄보디아 국립은행이 후이원페이의 은행 면허를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후이원은 캄보디아 내 본사에서 간판을 철거하는 등 잠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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