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단풍이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단풍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주에는 한파까지 예보돼 단풍철 관광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산림청의 ‘산림 단풍 예측 지도’에 따르면 올가을 단풍은 이달 말부터 11월 초 사이 절정에 이른다. 25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속리산(10월 27일), 한라산(11월 4일), 내장산(11월 6일) 등이 붉은 옷을 입을 예정이다. 올해 절정 시기는 최근 10년 대비 약 4~5일 늦다. 기상청은 이날 기준 전국 21대 유명산 가운데 설악산·북한산·치악산 등 5곳을 제외하면 아직 첫 단풍조차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 전체의 80%가 단풍으로 물든 곳은 오대산이 유일하다.
쌀쌀한 날씨와 달리 단풍이 늦게 찾아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자영업자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대구 동구는 이날 개막 예정이던 ‘2025 팔공산 단풍 축제’를 2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동구청 관계자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부득이하게 일정을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팔공산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61) 씨는 “10월 중순부터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인데 올해는 11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불경기에 단풍만 기다렸는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각 단풍’의 원인은 이상고온현상에 있다. 올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3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았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무더운 9월이었다. 보통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이 되면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안토시아닌’이 생성돼 단풍이 든다. 그러나 9월까지 이어진 더위로 인해 단풍나무의 광합성 중단 시기가 늦춰졌다.
게다가 10월 들어 이례적인 가을비가 내린 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관광 수요는 한층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는 북쪽의 찬 공기가 유입돼 서울 최저기온이 2도까지 내려가는 등 한파가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아침 기온은 0~11도, 낮 기온은 10~19도로 예상되며 강원 산지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될 가능성도 있다.
가을을 건너뛴 채 찾아온 이른 겨울은 상인들에게 불청객이다. 직장인 박수빈(26) 씨는 “다음 주 경기 화담숲으로 단풍 여행을 계획했는데 날씨가 춥다는 소식을 듣고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엄산호 설악동 번영회장은 “안 그래도 3주째 비가 내려 주차장도 텅 비어 있을 만큼 사람이 줄었는데 추위까지 겹치면 단풍이 들어도 소용없다”며 “가을 수익으로 1년을 버티는데 30년 장사하면서 올해 같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한숨 쉬었다.
가을비와 ‘급추위’의 반복은 단풍의 색깔과 지속 기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상 기온이 이어질 경우 짙은 붉은빛 단풍을 점차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성주한 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갑작스러운 추위로 나무의 생리적인 기능이 약해지면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잎이 아예 말라버릴 수 있다”며 “온난화로 가을이 짧아질수록 단풍 절정은 늦어지고 오래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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