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날 아침은 꼭 시험 보는 날 같아요.”
KGC인삼공사와 계약재배 방식으로 3대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문희완 씨(40)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웃으면서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제 손으로 키웠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해도 땅 속에 있는 건 끝까지 캐 봐야 알잖아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폭설이 이어진 만큼 수확량이 예년보다 적을 것 같아요.”
14일 오전 6시 경기 이천의 한 인삼밭. 비가 내리는 가운데 트랙터가 지나가자 땅 속에 묻혀 있던 인삼이 후두둑 딸려 나왔다. 흰 우비를 입고 밭고랑에 줄지어 서 있던 인부들이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인삼을 조심스럽게 들어 흙을 살살 털어낸 후 상자에 담기 시작했다. 총 8년을 공들여 지은 농사가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날 약 1460평 규모의 문 씨 밭에서 거둔 인삼은 3510kg. 정관장 ‘뿌리삼’(600g) 제품을 약 1638개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는 “중량이 잘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로부터 인삼은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생겨야 좋은 삼이라고 했다”며 “무엇보다 기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삼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선 차광막을 통해 빛의 양이나 수분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9~11월 인삼 수확철이 되면 경작인뿐 아니라 인삼공사 전 직원이 덩달아 바빠진다. 1500여 명의 직원들이 5일간 돌아가면서 인삼밭을 방문해 ‘수확 입회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삼밭이 계약재배 밭이 맞는지, 외부에서 불법 유입된 인삼은 없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수확에서 운송까지 전 과정을 감독한다. 모든 수확 현황은 정관장 전용 웹사이트로 본부와 실시간 공유되며, 인삼 한 뿌리도 놓치지 않기 위해 위성사진으로 포지 확인까지 이뤄진다.
송교철 KGC인삼공사 원료사업실 중부사업소장은 “긴 시간 동안 정성을 기울여 키운 인삼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수확의 순간까지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정관장이 고집하는 수확 입회 시스템은 품질뿐 아니라 신뢰를 수확하는 브랜드로서 거듭나기 위한 투자이자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정관장의 6년근 인삼 농사는 인삼 재배 6년에 토양 관리 2년을 더해 총 8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인삼은 지력(地力)을 얻고 자라는 만큼 심기 전 2년간 땅을 고르고 병해균과 미생물을 조절해 최적의 토양 상태를 만들기 위함이다. 인삼공사의 엄격한 안전성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배지에서 제외된다. 이후 인삼이 자라는 6년 동안에도 지속적인 생육 관리와 품질 점검을 거쳐 430여 가지 안전성 검사 항목을 모두 통과해야 ‘정관장’ 이름표를 달 수 있다.
수확된 인삼은 1차 선별 작업이 이뤄지는 구매장을 거쳐 강원도 원주공장으로 옮겨진다. 2015년 준공된 공장은 축구장 약 14개를 합친 9만 8983㎡(약 3만 평) 규모로, 연간 3000톤 이상의 인삼을 처리하고 최대 650톤의 홍삼 농축액을 생산할 수 있다. ‘홍삼톤’ ‘에브리타임’ 등 정관장의 대표 파우치·스틱 액상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세삼(세척)-증삼(찌기)-건조-추출·농축-병입·포장 등의 단계를 거쳐 홍삼이 제조된다.
8년간의 까다로운 공정을 통해 확보한 품질 경쟁력은 시장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추석 시즌(지난달 8일~이달 9일)에는 프리미엄 선물 수요가 늘면서 ‘기다림 침향’과 ‘뿌리삼’ 제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368%, 177% 급증했다. 특히 올 7월 출시된 뿌리삼 ‘본삼’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 기념 선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엄격한 품질관리와 과학적 효능을 기반으로 K건기식의 글로벌 기준을 확립해 세계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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