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고,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한계 청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된 청년들이 ‘빚 탕감’을 미끼로 유인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년층의 심각한 신용위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의 가계대출 잔액은 34조 566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모는 30대(195조 4933억원), 40대(221조 1409억원), 50대(172조 2824억원), 60세 이상(132조 1934억원)보다 적지만 부실 정도는 가장 심각했다.
20대의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단순 평균은 0.41%로 전 연령대 중 최고치였다. 이어 50대(0.37%)·40대(0.35%)·60세 이상(0.32%)·30대(0.23%) 순이었다. 1년 전(0.39%)보다도 0.02%포인트 더 늘었다.
소득 기반이 약한 20대는 상환 여력이 부족한 데다, 금리 부담까지 겹치며 연체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결국 연체 등으로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이 막힌 청년들은 2금융권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원이 지난해 발표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응답자의 10%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2년(7.5%)에서 2023년(9.8%)으로 매년 상승해 온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신용불량자(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으로 2021년 말(5만2580명)보다 2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는 8%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대의 신용위기가 다른 세대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서 열린 ‘디지털토크라이브’에서 “한 번 빚을 지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 문제에 있어선 개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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