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 중 월 10회 이상 ‘충돌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위성의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충돌 회피 기동’이란 궤도상에서 다른 위성이나 우주 쓰레기와 충돌 위험이 감지될 때 궤도를 미세하게 변경해 사고를 피하는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이 비율은 1.4%로 무려 7배나 증가했다. 겉으로는 미미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는 수백 기의 위성이 끊임없이 우주 쓰레기나 다른 위성을 피하기 위해 궤도를 수정하고 위치를 조정하는 기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위성이 월 10회 이상 회피 기동을 하면 추진제가 빠르게 소모돼 효용이 떨어지고,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같은 상황은 위성의 효용을 크게 떨어뜨린다.
치명적 파편, 연쇄 충돌의 시작점
우주 쓰레기의 위협은 단순히 위성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수준을 넘어선다. 2009년 러시아의 비활성 위성 ‘코스모스-2251’과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충돌했을 때, 2600여 개의 파편이 궤도를 떠돌게 됐다. 크기 10㎝ 이상만 집계한 수치이며, 더 작은 조각까지 포함하면 수만 개에 이른다. 이 파편들은 초속 7~8㎞의 속도로 지구를 돌며 다른 위성과 충돌할 경우 연쇄적인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한 번의 충돌이 또 다른 충돌을 불러오고, 우주 전체가 파편으로 가득 차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러시아가 낡은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실험을 벌이자 수천 개의 파편이 발생했고, ISS는 이를 피하기 위해 긴급 궤도 조정을 해야 했다.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충돌 위험에 대비해 일시적으로 피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사 조각 하나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왜 지금 더 위험한가…위성 ‘폭증’이 만든 위기
최근 들어 우주 쓰레기 위험은 급격히 커졌다. 위성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대형 위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이 수천 기의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리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다. 현재 6000기 이상의 위성이 궤도를 돌고 있으며, 향후 1만2000기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지구 저궤도의 ‘교통량’이 과거보다 수십 배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지구 저궤도(고도 2000㎞ 이하)를 돌던 위성 또는 잔해는 약 1만3700개였지만, 2025년에는 2만4185개로 76% 증가했다. 업계는 2030년 말이면 이 수치가 7만 기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궤도는 한정돼 있는데 물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충돌 위험도 급상승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향후 1년 내 궤도 충돌이 발생할 확률이 약 1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충돌 회피 기동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궤도 추적 데이터에는 오차가 존재하고, 회피 기동 자체가 궤도를 바꾸면서 새로운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궤도가 혼잡할수록 이러한 예측 실패 가능성은 커진다.
세계는 대응 강화…한국은 아직 ‘감시 단계’
현재 NASA는 하루 평균 1900건의 충돌 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실제로 연 3~4회 이상 궤도 회피 기동이 이뤄진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9월까지 총 1만2670건, 하루 평균 46건의 충돌 경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역량이다.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 쓰레기는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연구와 투자가 시급하다.
국제사회는 이미 우주 쓰레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레이저 빔으로 잔해 궤도를 변경하거나, 로봇팔 위성을 활용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실제 잔해 제거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우주국(ESA)도 202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쓰레기 수거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기술 개발과 정책 대응 모두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대응은 대부분 감시·추적에 국한돼 있으며, 적극적인 제거 기술이나 국제 협력 프로젝트 참여는 미미한 수준이다. 우주항공청이 관련 연구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지만, 위성 발사 급증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요국은 이미 ‘우주교통관리시스템(SSA·STM)’을 구축해 실시간 위성 추적과 충돌 예측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관련 레이더 도입에만 1조 원, 호주는 1~2조 원, 유럽은 1600억 원을 투자했다. 반면 한국은 천문연구원과 항우연의 감시 체계를 모두 합쳐도 투자 규모가 약 220억 원 정도다. 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위협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단순한 발사 경쟁을 넘어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삼아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우주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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