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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끝났지만…필수과 전공의 복귀 30~40%로 인력난 여전

■20일 위기경보 ‘심각’ 해제

내과 등 필수과 전공의 복귀율

30~40% 그쳐 인력부족 심각

PA 간호사 업무 범위도 모호

지역의사제 등 분쟁 불씨까지

전문가 “의료개혁 출발점 봐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 ‘심각’ 해제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의료대란이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이달 20일 해제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 체계가 공식적으로 정상화 절차에 들어간다. 전공의들이 복귀하면서 진료량도 일정 수준 회복되는 등 일선 병원들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역 간 격차와 필수의료 진료과의 인력난,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 등 구조적 과제가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신설, 성분명 처방 허용 등 향후 쟁점들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20일 0시부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최고 수준의 재난 경보가 발령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 종료와 함께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수가(의료행위 대가) 가산을 정비하고 효과가 검증된 비대면 진료와 진료지원(PA) 간호사는 상시화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해제를 결정한 배경으로 “전공의 복귀 이후 의료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진료량과 응급의료 수용능력이 의정 갈등 이전의 95%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다. 올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 7984명의 전공의가 수련 과정에 복귀하면서 전체 전공의 인력은 1만 305명으로 사태 이전의 76.2% 수준까지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병원 중심의 의료 체계가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며 “진료 지표 대부분이 안정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하며 진료량이 상당히 회복된 만큼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와 비상 진료 체계 해제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이어져온 의정 사태가 일정 부분 일단락되고 의료 서비스 기능이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반영한 조치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문제는 여전하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복귀율은 수도권에서 63%인 반면 비수도권은 53.5%에 그쳤다. 진료과별 편차도 상당해 인기 과목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의 복귀율은 90% 안팎이지만 내과(64.9%)·외과(36.8%)·산부인과(48.2%)·소아청소년과(13.4%)·응급의학과(42.1%) 등 필수과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정부가 수련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나 필수의료 진료과 전공의는 예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다. 또한 의료대란의 근본 원인이었던 지역·필수의료 붕괴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등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최근에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수급 불균형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 의무화 등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의협은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무너진 의료 현장을 복구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그간 초진·재진 구분 없이 허용했으나 정식 제도화 이전까지는 중단된다. 이에 공백이 불가피해 일부 환자 사이에서 반발이 나온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정부가 구체적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 환자들의 혼란과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일·반복 처방에도 대리 처방이 불가능해져 만성질환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비대면 진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환자단체들은 주장한다.

비상 진료 체계가 길어지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됐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재정전망’에 따르면 2026년 건보 당기수지는 4조 1238억 원 적자, 2028년 준비금은 15조 8020억 원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보다 준비금은 12조 6000억 원 감소했고 지급가능월수도 2.7개월에서 1.4개월로 줄었다. 비상 진료 체계 지원은 물론 필수의료 투자 확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역병원 지원 등 각종 정책을 동시 추진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악화됐다고 분석된다. 이에 보험료율 인상 없이 현재 수준의 지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재정 운용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심각 단계 해제를 의정 갈등과 의료 개혁의 종결점이 아닌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 문제로 의사들이 현장을 이탈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불편함은 어느 정도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면서도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붕괴에 관한 문제는 아직 논의 중이라 근본적으로 해결됐다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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