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이사(CEO)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대다수가 연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국내외 증시 호조로 운용사 대부분 실적이 양호한 데다 이렇다 할 잡음도 없어서다. 올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 역시 운용사들이 변화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운용사 대표로는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이다.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임기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이사도 올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었으나 최근 후보추천위원회에 단독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다. 연임 중인 그는 올해 업계 최단기간 ETF 순자산 10조 원 돌파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조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신한금융지주 내 ‘안정 인사’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진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원칙이 이번에도 반영될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 ETF 시장에서 치열한 3·4위 경쟁을 벌이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도 대표 연임이 유력하다. 올해 4년 차에 접어든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는 디지털전략본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과 디지털 자산 신사업 확장을 병행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올 상반기 한때 KB운용에 ETF 시장 점유율을 내줬지만 최근 금현물 ETF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KB운용은 통상 2년 임기 후 성과가 양호할 경우 1년 추가 연임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도 재신임 가능성이 크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내년 11월까지라 여유가 있다. 김 대표 체제에서 KB자산운용이 올 상반기 기준 4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도 무난한 연임이 점쳐진다. 지난해 권희백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의 임기를 승계한 김 대표는 올해 들어 글로벌 대체투자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전문 인력을 잇달아 영입했다. ETF 사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한화운용의 올해 ETF 순자산은 ‘방산'과 ‘고배당’ 테마 인기에 힘입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23년 최현만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 이후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맞은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 큰 변화를 가져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이준용·최창훈 부회장 공동대표 체제 하에서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부사장·전무 급 각 부문 대표는 일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르면 다음 주 조직개편과 함께 순차적으로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대상 회사 모두 이렇다 할 이슈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주사 차원의 위험 관리 기조 속에서 ‘안정’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인 듯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